[길섶에서] 식목일의 추억/박록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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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삼 기자
수정 2019-04-04 03:26
입력 2019-04-03 23:34
학교 빠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개구쟁이 녀석들에게 식목일은 ‘즐거운 고역’이었다. ‘빨간날’인데도 반마다 몇 명씩은 학교에 가니 싫었고, 막상 투덜거리며 나가면 끼리끼리 어울려 놀 수 있어 신났다. 아이들은 선생님 뒤로 줄줄이 늘어서 묘목이며 물이며 나눠 들고 학교 뒷산에 올랐다. 녹화사업이 필요도 없는 그 나름대로 울창한 도회지 산이었건만 굳이 빈틈을 찾아 나무를 심고 적당히 물 줬다. 단체사진 찍고 나면 콧잔등에 땀 맺힐 새 없이 행사는 끝났다. 돌아보면 전형적 전시행정이었지 싶다.

1949년 이후 1960년을 제외하고 56년 동안 공휴일 지위를 누리며 환영받던 식목일은 2006년부터 그 지위를 잃었다. 식목일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더이상 없다. 식목일이라며 나무를 심거나 꽃씨를 나눠주는 학교도 쉬 찾기 힘들다. 공휴일로 다시 지정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있었지만, 공휴일이 아니어서 나무를 안 심는 건 아니다. 나무를 왜 심어야 하는지 필요성을 못 느낄 뿐이다. 울창한 삼림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확보 수단이다. 또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린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아이들은 나무에서 에너지와 생명의 가치를 배운다. 좋지 않은가. 덤으로 식목일이 다시 공휴일 되는 상상까지 하니 더 즐겁다.

youngtan@seoul.co.kr
2019-04-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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