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100명 ‘헌팅’… 셰프가 찾은 ‘삶의 레시피’

정서린 기자
수정 2018-04-14 00:12
입력 2018-04-13 22:52
생후 8개월 때 어머니를 잃고 밤낮없이 술을 푸는 아버지와 어부들 틈바구니에서 눈치로 세상살이를 배운 일본 노토지마의 쓰구코 할머니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에 힘겹게 다시 뿌리내린 데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려움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야. 그리 훌륭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생은 그런 것이지.” 할머니의 말에서 저자는 3년간의 ‘할머니 헌팅’에서 만난 할머니들에게서 자신과 다른 결정적인 차이를 깨닫는다. 그것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백’이었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이 있건, 즐긴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 착실히 길을 찾아낸다. 그리고 끝끝내 살아간다.’ 이런 각오와 기백. 게다가 할머니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고, 그리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이왕이면 기백 가득한 인생을 살자’는 감정이 끌어 올랐다. 서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이제 조금은 진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름다운 주름의 굴곡처럼 신산했던 시간을 통과해 온 할머니들은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응원하는 듯하다. “인생은 말이지, 흘러가야 할 곳으로 흘러가게 돼 있어. 그러니까 네가 좋아하는 걸 해도 괜찮아.”(저자 할머니의 말)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8-04-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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