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특파원의 월드컵 편지] “신화의 주인공들 왔다” 쾰른 축제분위기 ‘점화’
수정 2006-06-07 00:00
입력 2006-06-07 00:00
대표팀 도착 전날까지 쾰른은 월드컵 분위기를 크게 찾아 볼 수 없었다.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거리엔 월드컵을 알리는 휘장이 간간이 걸려 있었고, 이따금씩 선술집 입구에 본선 진출국 국기가 나부끼는 게 전부였다. 어둠이 찾아오면 긴 코트에 목도리를 두른 사람까지 보일 정도의 쌀쌀한 날씨도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독일인들 “코리아 넘버원” 연발
그러나 한국팀의 도착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한국기자들을 보고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고, 한국인임을 알고는 ‘코리아 넘버원’을 연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다. 한·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과 멋진 한판 승부를 벌인 것을 기억해내며 또 한번의 기적을 기대한다고 했다. 축구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한국 축구를 인정받은 느낌이어서 가슴이 뿌듯했다.
교민사회는 설렘으로 가득찼다. 지난 19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이국땅을 밟았던 세대들은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지 오래다.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이제 자리를 잡은 이들은 한국팀의 방문으로 잊혀져가던 고국의 향수가 한꺼번에 되살아 난 듯했다.
●대표팀 호텔 주방장에 김치 요리교육
교민들은 화끈한 응원전과 함께 대표팀을 위해 ‘고국의 맛’ 김치를 정성껏 준비했다. 한국팀이 묵을 호텔을 알아내 그 곳 독일 주방장을 초빙, 김치 담그는 방법을 전수해 줬단다. 주방장에게 직접 칼을 쥐게 한 뒤 밭에서 배추를 캐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어 버무리는 것까지도 빼놓지 않고 알려주었다. 제대로된 김치 맛이 나올 때까지 며칠을 반복했다. 김치를 항상 선수들의 식탁에 올려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교민들의 심장은 벌써부터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쾰른(독일) 박준석특파원 pjs@seoul.co.kr
2006-06-07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