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건보 보장 강화뒤 서비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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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기자
수정 2006-05-29 00:00
입력 2006-05-29 00:00
6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암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난다. 암 등 큰 병에 대한 보장이 취약해 지금까지 반쪽짜리 보험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지난해부터 추진한 보장성 강화로 암 환자들의 부담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건강보험의 한계와 보장성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보장성 강화와 함께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과잉진료와 대형병원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높다. 반면 혜택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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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협회 주최로 지난 2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암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계 관계자들이 의료 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대한암협회 주최로 지난 2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암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계 관계자들이 의료 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대형병원 환자 몰리자 약 2개월치 처방

최근 대한 암 협회가 ‘암 보장성 강화, 그 후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다각적인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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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는 보장성이 강화된 이후 의료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열홍 고려대 의대 교수는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대형병원 집중현상이 더 심각해졌다.”고 했다. 환자가 지나치게 많이 몰리는 의사들은 한 번 진료할 때 2개월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외래 진료를 받아도 되는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선호하고, 장기간 입원하려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영주 서울대 의대 교수도 “진료비 부담이 적어지면서 말기 암환자들이 퇴원하지 않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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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측에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유방암 환우회의 이준희 회장은 “보험적용을 받던 치료제가 갑자기 비급여로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어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유방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중 효과가 좋았던 약이 중간에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결국 약값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암 치료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후속 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방암 환자는 특히 항 호르몬제 때문에 골다공증이나 자궁암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되는데, 이들 검사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소아암과 조혈모세포이식 분야가 대표적이다. 구홍회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6세 미만 소아가 입원 치료를 받게 되면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 주는데 입원에만 국한되다 보니 보호자들이 입원을 고집하고, 입원기간을 늘리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조혈모세포이식술은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만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보니, 오전에 수술을 받고 퇴원해, 오후에 합병증이 생겼다며 재입원하는 편법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장성 확대로 인한 건강보험의 재정부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암 보장성을 대폭 확대한 지난해 9월 이후 금여비 지출규모가 50%나 늘었다. 보건복지부 박인석 보험급여팀장은 “1분기 건강보험 적자가 3300억원인데, 주된 요인은 보장성 강화 때문”이라며 “약제비 조정 등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 보장률 새달부터 70%대로 확대

각종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병만큼이나 경제적 부담이 걱정거리인 환자들에겐 희소식이다. 당장 6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은 PET(양전자단층활영) 검사와 내시경 수술에 사용되는 재료재, 식대 등이다.PET는 주로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검사로 1회 검사 비용이 100만원 정도의 고가였지만, 앞으로는 PET검사에도 보험이 적용돼 환자부담은 20만원 이내로 줄어든다. 복강경이나 관절경 등 내시경 수술에 사용되는 치료재들도 마찬가지다. 보험이 적용되기 전에는 치료재 비용이 100만원이나 됐지만 10만∼20만원 정도로 대폭 낮아진다. 이와 함께 입원환자의 식대도 건강보험에서 지원돼 기본식의 경우 20%만 환자가 내면 된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암 등 중증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이 진료비의 20%에서 10%로 낮아졌다.

때문에 2004년에 47%에 불과했던 암환자 급여율은 올해 70.1%로 급증했다.2년 전까지만 해도 진료비용의 50% 이상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했지만 이제는 3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같은 암환자 급여율을 오는 2008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내년엔 상급병실료와 초음파 검사비용도 보험이 적용돼 암환자의 보험 보장률이 75%로 오를 전망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6-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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