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숙칼럼] 돈을 버는 이유
수정 2006-04-27 00:00
입력 2006-04-27 00:00
그의 꿈은 각 도에 하나씩 장애자나 불우노인을 돕는 사회복지기관을 세우는 것이다. 자신은 은퇴후 각 도의 기관들을 순회하며 사업 관리를 할 것이라 한다. 공익재단을 세우는 것인 만큼 자신의 사후에는 당연히 국가에 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람되고 활기차게 한 인생 살다가 간다면 그야말로 잘 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돈을 버는 선한 이유와 분명한 실천력을 가진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하루하루를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은 반성을 하게 될 터이다. 정말 돈많은 사람들에게는 또 한번 짜증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홀로 된 할머니가 떡볶이 장사하여 평생 모은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는 종류의 뉴스에 가장 짜증내는 사람들이 재벌이라고 하니 말이다. 아마도 돈을 벌고 자식에게 물려줘 천년왕국을 세울 생각에 골몰할 뿐, 어떻게 물려주거나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조금도 개의치 않아온 그들의 태도가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온 배경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이런 태도를 입증하는 여러 사실들이 있다. 지난달 전경련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잘못된 경제교육을 받고 있다는 증거로 한·중 대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기업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고 답한 학생이 중국은 47.2%로 한국의 39.2%보다 많았고, 반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본 학생은 한국이 38.5%로 중국의 28.1%보다 많았다며 큰 문제라는 시각이었다.‘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기여’를 택일사항으로 나열한 것 자체부터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기업의 이익’을 넘어 ‘재벌 총수’의 이익 늘리기에 급급한 우리 기업들의 행태는 과연 시장경제 이념에 충실하다고 큰소리 칠 수 있는가.
편법으로 세금을 회피하여 재산을 상속한 삼성과, 삼성의 사례가 불거진 이후에도 버젓이 불법 탈법 승계작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일가의 행태는 재벌의 인식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어떤 질타의 말에도 아랑곳않던 이들이 촘촘히 조여오는 법망 앞에서 8000억,1조원씩 ‘짜증나는’ 헌납금으로 사회의 환심을 사보려 하고 있다.‘사회의 기여’보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던 이들이 이제 국가경제 기여와 고용창출 등 ‘사회의 기여’를 감안해 총수를 선처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모습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어느 정도의 안락한 생활과 가족의 부양을 위해서다. 사회참여를 통한 자아실현 욕구의 충족이 이에 더해질 것이다. 앞의 친구처럼 그 결과 쌓여진 부로 사회기여를 할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한 삶이다. 그 규모가 글로벌 대기업 수준이라면 사회기여와 행복의 크기도 더할 수 없이 커야 하지 않겠는가. 부의 축적과 운영이 투명하여 온 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지 않겠는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삼성에 이은 현대자동차의 위기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겪고 지나가야 할 정신적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제3, 제4의 삼성·현대가 없도록 매듭이 지어지길 기대한다.
논설실장 yshin@seoul.co.kr
2006-04-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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