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가수/임영숙 논설위원(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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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1-25 00:00
입력 1998-01-25 00:00
현존하는 어느 성악가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영화주인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중세의 카스트라토(변성하기 전의 고음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남성가수)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다.파리넬리라는 이름의 그 주인공 목소리는 영화배우의 것도 아니었고 유명 성악가의 것을 빌린 것도 아니었다.컴퓨터로 합성한 인공의 목소리였다.

주인공 이름과 같은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상영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아름다운 노래에 감동했다.그러나 나중 그 목소리가 컴퓨터 합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씁쓸해한 관객도 많았다.

국내 첫 사이버 가수 ‘아담’이 23일 서울 63빌딩에서 데뷔공연을 가졌다.나이 20세,키 178㎝,몸무게 68㎏,혈액형 O형.밝고 구김살 없는 성격을 지닌 그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가상공간(사이버 스페이스) 속의 가상인물.컴퓨터가 만들어 냈다.영화 ‘파리넬리’에서와는 반대로 목소리는 무명가수의 실제 목소리다.

‘아담’과 같은 사이버 연예인은 외국에서 이미 만들어져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미국의 ‘저스틴’(배우),영국의 ‘라라 크로포트’(모델),일본의 다테 교코(모델) 등이 그들이다.

사이버(cyber)라는 말은 그리스어 쿠베르난(kubernan)에서 유래한 단어로 ‘조종하다’‘안내하다’‘통치하다’‘제어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이 말은 최근 로봇과 컴퓨터에 관련된 접두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아담’이 살고 있는 사이버 스페이스는 컴퓨터 네트워크중 컴퓨터를 제외한 네트워크 그 자체를 뜻한다.

국내 사이버 가수의 등장은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몇년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TV애니메이션의 절반 정도를 하청 생산했던 저력을 감안하면 고부가 가치 문화상품 제작 전략을 찾을 수도 있을 듯싶다.‘아담’에 이어 여성 사이버 가수 ‘류시아’도 3월초 선보일 예정이라니 사이버 가수와 실존 가수와의 각축도 예상된다.그러나 ‘사이버 스페이스의 철학자’로 불리는 마이클 하임의 질문도 동시에 떠오른다.“사이버 스페이스 속에 들어감으로써 인간은 또 얼마나 많이 변화될 것인가.그러면서도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그질문이 우리 것이 될 날이 가까워진 셈이다.
1998-01-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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