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야당의 내홍
기자
수정 1996-04-04 00:00
입력 1996-04-04 00:00
민주당과 자민련이 총선을 겨우 1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현안을 둘러싼 당내 잡음의 성격이 크지만,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곱지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선거종반 판세를 가를 TV와 라디오유세 연사 선정을 놓고 당내 중진들 사이에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기존정치인과 개혁세력등 여러 계파가 어울러진 특이한 당내 역학구도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3일 상오 선대위 회의에서도 기존 세력의 대표인 이중재 의장과 개혁모임의 리더격인 홍성우 공동의장 간에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의장측은 유권자들이 당에 대한 신뢰도를 걱정하고 있으므로 원로급이 TV에 나가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홍의장측은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젊은 개혁성향의 인사를 출진시키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는 겉에 드러난 이유일 뿐 속내는 그렇지 않다.당 운영에 대한 주도권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이의장을 얼굴로 내세운 기존 정치세력을 「구태」로 간주,라디오 유세 연사로 배정한데 대한 불쾌감의 표출인 셈이다.
이같은 불협화음의 요인은 이미 공천과정에서 부터 싹터 왔다.양측 모두 구성원 일부가 당을 등질 만큼 많은 사상자를 냈다.후보들이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보다는 현장에서의 각개약진에 치중하는 이유도 이러한 당내 사정 때문이다.
▷자민련◁
지난달 26일 김종필 총재(JP)가 전국구 공천자를 발표한 뒤부터 더욱 표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그중에서도 전국구 공천에서 탈락한 이필선 부총재와 박완규 당무위원의 반발이 가장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검찰까지 이를 공천헌금 문제로 판단,이·박씨 두사람을 금명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선대위공동의장과 수도권선대위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동길고문마저 무언의 항의표시를 계속 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특히 전국구 발표직후 공식행사 불참을 선언했다가 최근 지원유세를 재개했으나 당의 당차원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대한 「선별적」 지원활동에 그치고 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표출이 이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박준규 공동의장의 비서실장인 양영치씨등 일부 중간당직자들까지 『김총재는 지역구 및 전국구 공천의혹과 관련한 흑막을 공개하라』고 공개질의를 하고 나선 것이다.이들은 이를 계기로 정풍운동을 벌여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파문과 함께 JP를 괴롭히는 문제는 또 있다.민주당이 미 CIA 보고서(자민련측은 이 문건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를 인용,JP가 지난 61∼65년 사이에 일본기업으로 부터 6천6백만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함으로써 「곤혹의 늪」에 빠진 당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양승현 기자〉
1996-04-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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