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의식 궁의 의식/장석영 논설위원(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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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2-07 00:00
입력 1995-02-07 00:00
공직자를 가리켜 흔히 공복이라고 부른다.국민의 심부름꾼이란 말이다.국민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래서 공직자는 매사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국민을 무시하거나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 교통제도의 변경과 관련해 일부 공직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과연 그들도 공복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서울시내나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제 확대실시와 승용차 10부제 시행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덕분이다.일단 규칙이 정해진 만큼 참고 지키겠다는 수준높은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결국 나 한사람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편안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데 시민들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당국자들의 생각은 그러한 협력적인 시민정신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는 데도 개선하거나보완할 생각은 않고 그저 잘된 제도라고 자랑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게다가 지금껏 있었던 교통난은 모두 시민들의 잘못 탓이고 당국의 과오 때문은 아니라는 태도다.때문에 시민들만 고통을 감내하면 된다는 식이다.불쾌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만 해도 한두가지가 아니다.탁상공론의 주먹구구식으로 마련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시내버스전용차선은 전일제로 확대하면서 도로상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차선을 무조건 획일적으로 그어놓은 곳이 많다.다른 차량이 우회전해 들어갈 수 있는 청색점선도 너무 짧아 정체를 가중시킨다.교차로에선 전용차선으로 달리던 버스가 옆차선을 가로막고 급회전하는 바람에 사고위험마저 높다.택시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전용차선제가 도로의 활용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낭비를 가져와선 안된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제가 명절때 효과를 봤다고 해서 토·일요일까지 적용한 것도 큰 오산이다.주말엔 버스운행이 명절때처럼 많지 않다는 것을 미처 생각못한 것이다.그 때문에 버스전용차선은 항상 비어 있고 차선위반만 늘고 있다.특히 전용차선 이외 차선은 운행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아 곡예운전 시범장이 되고 있다.

10부제는 어떤가.적용시간을 놓고 여기저기서 시비가 일고 있다.앞에서 교통사고라도 났을 경우 약간의 시간 차이로 본의아닌 위반을 하는 일이 있어서다.물론 시민들이 시간관념을 철저히 가져야겠지만 지금처럼 일벌백계주의 단속은 재고돼야 한다.

더욱이 당국은 10부제 실시에 앞서 대중교통수단의 서비스 향상을 기하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러나 서비스 향상은 커녕 교통요금만 올리겠다고 한다.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물론 버스업계의 애로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현행요금이 다른 물가와 비교해 결코 비싸지 않은 것도 인정한다.그러나 대중교통요금의 인상은 물가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일반물가의 인상과는 다르다.들리는 바로는 전용차선확대와 10부제로 버스회사 수입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그런데 서비스는 제자리고 요금만 올려서 되겠는가.

더욱 가관(가관)인 것은 위반자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당국의 엄포다.권위주의 시절의 발상 그대로다.봉사하는 자세라기보다 처벌위주의 자세다.위반자도 봉사해야 할 시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게다가 소형차는 봐주고 대형고급차만 공개대상으로 하겠단다.계층간의 갈등을 부추겨서 어쩌자는 것인가.교통난이 어디 국민들만의 책임인가.근본적인 잘못은 교통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다.분명히 민주화된 문민시대다.아직까지 그런 발상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세계화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려면 공직자들의 의식과 발상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1995-02-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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