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네차례 화재 겪었던 형…위험한 현장 버티다 끝내 숨져”
정회하 기자
수정 2026-09-28 18:01
입력 2026-09-28 18:01
천안 대원산업 화재 한 달… 숨진 필리핀 노동자 유족 인터뷰
지난 27일 충남 천안시의 한 장례식장. 페인트 원료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대원산업에서 지난달 발생한 폭발 화재로 숨진 필리핀 이주노동자 조이 칸토(47)의 빈소엔 적막이 흘렀다. 참사 소식을 듣고 3주 만에 어렵사리 한국 땅을 밟은 동생 렉시발 칸토(40)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면적 작아 소방 안전조사 제외
지난달 28일 대원산업 우지정제타워 설비에서 갑작스런 폭발로 필리핀 국적 2명 등 직원 3명이 숨지면서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만연한 법 위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족에 따르면 삼남매 장남인 조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2017년 대원산업에 취직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그는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매달 190만원씩 가족이 있는 필리핀으로 보냈다. 아들의 마지막을 보겠다며 렉시발을 따라 온 아버지는 크게 훼손된 시신 앞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폭발사고가 난 사업장은 2022년 이후 화재가 4건 발생하는 등 위험 징후가 반복됐다. 하지만 연면적 5000㎡ 미만이라 소방의 ‘반복 화재시설 안전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조이도 위험성을 알았지만, 오로지 가족을 생각하며 버텼다고 한다. 렉시발은 “공장에서 여러 번 불이 났을 때도 형은 행여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동생 너만 알고 있으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노동부 “사업장 법인 분리 수사”
정부 합동조사가 시작되면서 조이가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이 실제 근무하던 대원산업이 아닌 별도 법인 ‘대원유지’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고용허가 사업장과 실제 근무지가 다르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법인 분리 사유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렉시발은 “형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꼭 알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용 사업장의 법 위반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노동부가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외국인 다수 고용 사업장 점검 현황’에 따르면, 사업장 위반사항 적발률은 2023~2024년 70%선을 웃돌았고 지난해도 68.3%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달 26일까지 87.4%로 점검 사업장 10곳 중 9곳꼴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유족 “진상 규명 빨리 이뤄져야”
이주노동자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이용덕 활동가는 “반복된 화재에도 안전조사가 미흡했던 점 등이 위험을 키웠다”면서 사측과 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대원산업 관계자는 “회사의 잘못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유족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한편 사내 안전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천안 정회하 기자
세줄 요약
- 천안 대원산업 폭발 화재로 이주노동자 사망
- 반복 화재에도 안전조사 제외, 관리 부실 논란
- 유족·노동부, 실제 근무지와 법인 분리 수사
2026-09-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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