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수수료 부담” 소비자 “찬밥 신세” 모두 외면
수정 2009-07-21 00:00
입력 2009-07-21 00:00
재래시장 상품권 10년 사용 실태
상가 내 K음식점. 기자가 “음식값으로 상품권을 지급해도 됩니까.”라고 묻자, 업주는 “무슨 상품권요, 상품권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주는 “처음에는 상품권을 받았는데, 지금은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상인들이 손님들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뒤 환전 수수료(최고 2%)를 내지 않으려고 식당에서 음식값으로 다시 돌리면서 피해가 많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송농수산물시장 상인의 10%가량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에 대해 잘 몰랐고, 콩나물과 상추·깻잎·마늘 등을 파는 소규모 상인들은 상품권 받기를 꺼렸다. 환전 수수료 2%에 대한 부담과 현금보다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육점과 쌀가게, 과일도매상 등 대규모 상가에서는 상품권이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됐지만, 영세 상인들은 별 차이 없다고 밝혔다.
●“현찰로 바꾸는 과정 번거롭다”
청주 복대가경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하는 최모(54)씨는 “상품권을 현찰로 바꾸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가서 일단 환전을 하면 그 돈은 내 통장으로 입금되기 때문에 현찰을 만지기 위해서는 다시 돈을 찾아야 한다.”면서 “바쁜 사람들에겐 엄청난 시간낭비”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수료를 아끼고, 환전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상품권으로 재래시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시장을 보면서 다시 쓴다.”고 덧붙였다.
주부 김모(34)씨는 “1000원어치 어묵을 사면서 1만원짜리 상품권을 내니까 가게주인이 현찰로 내라고 해 상품권을 쓰지 못했다.”면서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갖고 재래시장에 갔는데 상인들에게 찬밥신세를 당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첫 선을 보인 전국 통용 ‘온누리 상품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엇갈리고 있다.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과 자유시장이 대표적이다.
진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중앙시장 상인들은 새로 발행된 온누리 상품권 유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상인들은 “전국에 유통되는 상품권인 만큼 다른 지역에서 판매돼 중앙시장으로 돌아오면 현재 사용되는 ‘진주사랑 상품권’ 등과 함께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상인 “매출신장 도움안돼”
반면 자유시장 상인들은 기존의 ‘진주사랑 상품권’과 희망근로 상품권을 주로 취급하면서 온누리 상품권 가맹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상인 정모(60)씨는 “재래시장이 대형 마트 등의 물량공세에 밀려 간신히 버티는 상황에서 나온 전국 통용 상품권에 대한 상인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온누리 상품권이 재래시장 상품권 자리를 장악하면 그나마 보탬을 주는 지역 상품권이 사라져 영세 시장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청주 남인우기자 jhp@seoul.co.kr
2009-07-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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