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열심히 일한 기록 없애라”… 화장실 간 시간까지 계산한 쿠팡

이현정 기자
수정 2026-10-23 00:05
입력 2026-10-23 00:05
2020년 故장덕준씨 사망사건
노동부 ‘김범석 지시’ 수사로 확인김 “시간제 근로자” 메시지 보내
공소시효 끝나 은폐죄 적용 못해
연합뉴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가 2020년 사망한 직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수사로 확인됐다. 하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책임은 묻기 어렵게 됐다. 다만 노동부는 쿠팡에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 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노동부는 22일 장씨 사건 산업재해 은폐 의혹 수사 결과와 함께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물류센터 및 배송캠프 105곳을 기획 감독한 결과를 발표했다.
CFS 대구센터 소속이던 장씨는 2020년 10월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당시 김 의장은 메신저로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야”라며 장씨가 열심히 일한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실무진은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대기, 대화 등 휴식 장면만 골라 자료를 만들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때는 장 씨가 나오지 않는 폐쇄회로(CC)TV를 먼저 냈고 나중에서야 장 씨가 찍힌 영상을 제출했다.
노동부는 김 의장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산재 은폐죄 공소시효 5년이 지나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기로 했다.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은폐죄는 산재를 보고하지 않고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적극적 행위가 있어야 성립한다”며 “장씨는 중대재해 보고가 이뤄졌고 산재 승인 과정에서 쿠팡의 방해 행위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엉뚱한 CCTV를 낸 사실을 확인하고도 방해 행위로는 보지 않은 것이다.
이와 별개로 노동부는 쿠팡이 유가족에게 합의금을 주고 관리자와 면담을 진행한 뒤 산재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2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 이와 함께 쿠팡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6건을 적발해 61건은 사법 처리하고 145건에는 과태료 19억 6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의 불법 파견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서도 법 위반은 확인하지 못했다. ‘블랙리스트’로 불린 퇴사자 명단을 재채용 심사에 참고했지만 외부 공유 없이 자사 채용에만 쓴 행위는 취업 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쿠팡이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해고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블랙리스트’ 의혹을 공익 제보한 쿠팡 전직 직원 등 2명은 사내 전산망에 무단 접속해 자료를 확보한 혐의로 전날 수원지방공소청에 불구속 송치됐다.
세종 이현정 기자
세줄 요약
- 김범석, 산재 기록 삭제 지시 사실 확인
- 장덕준씨 사망 뒤 휴식 장면만 선별 제출
- 공소시효 만료로 은폐죄 형사책임 어려움
2026-10-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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