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국 가족센터, 지역의 가족문제를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수정 2026-10-16 16:43
입력 2026-10-16 16:43
세줄 요약
-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 지역 중심 전환
- 가족센터, 상담·교육 넘어 생활밀착형 플랫폼화
- 취약·위기가족·1인가구·이주배경가족 지원 확대
최근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6~2030)이 발표되면서 가족정책의 방향 전환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히 정책의 언어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지역 현장에서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역시 전국 가족센터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중앙지원기관으로서 이러한 변화가 지역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전국의 가족센터가 있다.
이제 가족센터는 상담이나 교육, 돌봄 등 주어진 사업을 수행하는 전달 창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족의 삶이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필요한 자원 역시 지역 안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가족센터는 ‘지역의 가족문제를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2026년 8월 기준 전국에는 가족센터 224개소를 비롯해 건강가정지원센터 9개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12개소 등 총 24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가족센터 통합 역시 2014~2015년 22개소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8년 152개소, 2022년 207개소, 2025년 221개소를 거쳐 2026년 224개소까지 꾸준히 확대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센터의 수를 넘어 지역에서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가족센터의 역할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초상담과 정보 제공,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 보편적·예방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현재는 취약·위기가족에 대한 사례관리와 긴급위기 지원은 물론 이주배경 가족과 1인가구까지 지원 대상과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2027년부터 기존 ‘취약·위기가족 지원’ 사업은 ‘모두의 가족’ 사업으로 개편된다. 가족관계교육을 지원하는 ‘슬기로운 가족생활’, 1인가구의 역량강화를 위한 ‘홀로서기 스쿨’, 취약·위기가족의 사례관리와 맞춤형 지원을 담당하는 ‘가족희망 매니징’을 하나의 가족지원 흐름 안에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족의 상황이 달라져도 필요한 지원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주배경 가족 지원 역시 결혼이민자 중심의 정착 지원을 넘어 가족의 생활 전반을 살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7년에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언어·학습·진로서비스 등의 지원 기반을 넓히고, 가족센터 내 전담관리사를 통해 상담, 한국어, 자녀양육, 취업교육과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6년 4개 가족센터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주배경가족 통합지원 사업도 2027년 20개소로 확대될 예정이다. 가족센터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의료, 법률, 교육 등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연결함으로써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을 생활권 안에서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가족센터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변화를 완성하기는 어렵다. 지역 간 가족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시·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며, 지역의 시설과 인프라를 연계하는 광역 단위의 지원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역시 중앙지원기관으로서 가족센터가 공통의 서비스 질과 연계 원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업지침 정비와 표준화, 종사자 교육·컨설팅, 사업 추진 관리와 전달체계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 광역가족센터와 시·군·구 가족센터, 지역의 복지·상담·돌봄·건강·교육 자원이 촘촘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종사자의 교육과 슈퍼비전,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현장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가족센터가 플랫폼이라면 그 플랫폼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현장의 사람과 지역의 연결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족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의 피로와 돌봄 부담,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이주배경에 따른 적응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들은 대부분 일상 속에서 조금씩 쌓여간다. 그렇기에 가족정책은 가족이 살아가는 생활권 가까이에서 작동할 때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과 ‘모두의 가족’ 사업, 이주배경가족 통합지원, 광역 단위의 지원체계가 향하는 지점도 결국 같다. 가족이 어려움에 놓였을 때 멀리 있는 제도를 찾아 헤매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전국의 가족센터가 지역과 가족을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비스 기준과 연계 체계, 서비스의 질을 함께 뒷받침해 나갈 것이다.
박구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본 기사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공동 기획 기사입니다.
양승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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