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향하는 길을 넓히려면 우주산업 현장으로 향하는 길부터 살펴야 한다. 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장을 조성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과 기업이 그 현장에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망을 갖추는 일이다. 고흥 우주선철도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흥은 이미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우주발사체 산업이 집적하고 민간발사장과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시험과 발사에 이르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고흥에 구축하려는 국가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교통망도 달라져야 한다. 산업시설을 만들어 놓고 사람이 오가는 길은 나중에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국가 투자의 효과를 충분히 끌어내기 어렵다. 우주산업은 특히 사람의 이동이 중요하다. 연구자와 기술자, 기업 관계자가 연구개발 현장과 생산·시험 현장을 오가야 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주요 도시와 산업 현장 사이의 접근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고흥 우주선철도의 역할은 단순히 고흥에 철도 하나를 놓는 데 있지 않다. 벌교에서 고흥을 거쳐 녹동까지 연결하고 기존 철도망과 주요 도시를 이어 우주산업 거점으로 사람과 기술이 모일 수 있는 광역 교통축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시설과 장비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사람이 얼마나 쉽게 오갈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철도의 효과를 높이려면 노선만 연결해서도 안 된다. 역에서 산업단지와 나로우주센터로 이어지는 도로와 버스 등 연계교통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경제성 역시 현재의 여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래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요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 실제 투자와 입주, 실현 가능한 고용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우주산업을 고흥에 집적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 그에 따라 달라질 산업과 인구, 통행 수요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의 인구와 통행량만을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한다면 산업정책과 교통정책의 시간표가 어긋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측면에서도 교통망은 중요하다. 첨단산업을 지방에 유치하는 것만으로 지역에 사람이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는 물론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철도는 산업인력의 출퇴근과 기업의 업무 이동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권을 넓히는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산업정책과 교통정책의 시간표를 맞추는 일이다. 우주산업 관련 시설이 본격 가동된 뒤 교통 불편이 커지고 나서 철도를 준비한다면 적기에 교통서비스를 공급하기 어렵다. 산업의 성장에 맞춰 교통망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국가철도망은 단순히 선로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를 정하는 계획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지역을 어떤 산업의 거점으로 키우고 그곳을 다른 지역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국가전략이다.
고흥을 우주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국가의 선택이 있다면 이제 그 거점으로 사람과 기업, 기술을 모으는 길도 국가가 함께 열어야 한다. 고흥 우주선철도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은 지역 차원의 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뒷받침하는 국가 교통망을 만드는 일이다.
김황배 남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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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배 남서울대 명예교수
2026-10-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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