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 정책 결정 참여해 ‘지역 변화’ 견인
경북, 청년기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판로 개척 힘든 창업자들 제안 결실
대구, 청년특보 신설 ‘핀셋형 간담회’
전남광주, 청년정책관 공개 오디션
익산, 정책 허브 ‘청년시청’ 문 열어
대전, 100명 규모 첫 청년의회 구성
대구시 제공
지역과 현장에 따라 파편화되어 있던 청년의 목소리가 ‘연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설계자로 떠오른 셈이다. 일부 지자체는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창구도 신설해 눈길을 끈다.
15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도에서는 청년 기업인으로 구성된 단체 주도로 ‘청년기업 육성 및 지원 조례’가 마련됐다. 이 조례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청년 기업가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경북 예천에서 천연화장품 제조업체 ‘케이엔’을 운영하던 박창호 경북 청년 CEO 협회장은 대학생 시절이던 2011년 창업했다. 박 회장은 1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력으로 양질의 제품 생산까지는 성공하지만, 판로 개척을 비롯한 시장 진입을 못해 사업을 접게 되는 동료 기업인을 보고 정책 제안에 나섰다.
박 회장은 “초기 관리를 잘 받아 제품 생산까지는 성공적인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제품을 만든 이후의 판매는 오롯이 창업자 개인의 역량에 맡겨지다 보니 결국 판로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동료 청년들을 돕고자 정책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북도의회에서는 2021년 청년 기업을 우대하기 위한 조례를 마련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수의계약 및 공공계약을 체결할 때 청년기업을 우대하고, 이들 제품의 우선 구매와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상위법 시행령 개정까지 건의하면서 지난해 7월 ‘지방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지자체와의 계약 시 2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계약의 수의계약 대상에 여성기업·장애인기업·사회적기업만 포함됐으나 청년창업기업도 추가됐다. 청년 창업가가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이 제도적 정비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조례를 제정했던 박채아 경북도의원은 “통상 장애인이나 여성기업은 공공계약 시 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년기업에 대해서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현장 이야기를 듣고 조례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창구를 마련하는 지자체들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추경호 시장 취임 직후 시장 직속 ‘청년특보’를 신설했다. 박성민(34) 청년특보는 지방시대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회 등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정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 청년 정책 마련에 녹여내고 있다.
박 특보는 취임 직후부터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프리랜서, 청년단체 등 여러 그룹의 청년들과 ‘핀셋형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같은 청년이라도 고민은 제각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청년의 하나 된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청년들도 원하는 바를 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말해 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만 대학 진학부터 취업,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청년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선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활동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박 특보는 “당장 지역 기업이 임금을 올리기 어렵다면 대구시가 금융정책으로 실질소득 차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거주 기간이나 지역 기업 근속 연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상권에서 소비하면 연말에 캐시백을 지급하는 방안이 대표적인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청년정책관을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채용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임기제 나급으로 사무관급에 해당하며 남녀 1명씩 2명을 선발해 청년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청년 관련 정책 사항을 실무 부서와 협의해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가교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 제공
전북 익산시에는 청년만을 위한 청년시청이 있다. 2022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익산 청년시청은 청년 종합 정책 허브다. 10년 이상의 폐건물로 방치된 호텔을 도시재생사업으로 27억원 투입해 청년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황폐된 구도심에 청년들이 모이는 거점이 들어서면서 골목 곳곳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시는 청년 정책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7급)으로 채용해 청년시장을 맡겼다. 청년과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행정에서 생각하지 못할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다. 청년정책제안소를 통해 각종 의견을 제시하면 호응이 좋은 제안이나 실무부서의 검토를 거쳐 정책으로 추진된다. 전입 청년 웰컴박스, 중개 보수비·이사비 지원, 면접 정장 대여 사업 등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만들었다.
민희수(36) 청년시장은 청년시청의 목적에 대해 “떠나지 않고 머물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역시 경기도 김포시 출신으로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지역에서 창업에 도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민 시장은 “청년의 지역 정착을 고민하고 대도시로 떠나려는 청년들의 긍정적인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고용 환경을 만들고 취업과 결혼, 출산, 취학까지 청년들의 생애주기별 연계성을 높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민선 9기 핵심 비전인 ‘청년특별시’ 구현을 위해 100명 규모의 제1대 대전청년의회 구성에 나섰다. 3주간 진행된 청년의원 공개 모집에는 601명이 몰렸다. 선발 예정 인원의 6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 셈이다.
청년의회에 대한 높은 관심의 배경에는 단순한 의견 청취를 넘어 일상에서 체감하는 문제를 발굴하고 정책과 예산에 실질적으로 반영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원은 ▲진로 탐색 ▲사회 진입 ▲경력 형성 ▲가족 형성 등 4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정책을 발굴하고 관련 예산을 심의한다.
이에 대해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단순 정책 수혜자로 인식되던 청년이 연대를 통해 정책 결정 등에 참여하면서 직접 설계자로 떠오르는 건 긍정적인 흐름”이라며 “다만, 일회성 지원 정책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토론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민경석·익산 설정욱 기자
세줄 요약
- 청년 연대로 정책 설계자 부상
- 경북·대구·광주전남 제도 변화
- 익산·대전 청년참여 창구 확대
2026-10-16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