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바흐 ‘평균율’ 녹음…잃어버린 손 되찾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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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수정 2026-10-15 03:28
입력 2026-10-14 20:38

피아니스트 손민수 월드투어
푸가 재해석해 스승에게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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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손민수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바흐 평균율 ‘전주곡과 푸가’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손민수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바흐 평균율 ‘전주곡과 푸가’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녹음은 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과정입니다. (공연) 연주는 관객과 연주자에게 단 한 번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함께 나누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음반을 내고 월드투어에 나선다. 지난 7월 영국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내놓은 첫 결실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교수는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 슐로스 엘마우에서 녹음했던 일을 떠올리며 “고행의 길에 들어선 기분이었지만 힘들 때마다 대자연 속을 걸으며 무엇이 더 중요한지 되새겼다”고 말했다.

음반은 스승 러셀 셔먼(1930~2023)에게 헌정됐다. 셔먼이 세상을 떠나고 1년쯤 지나 또 다른 스승이자 셔먼의 아내인 변화경 교수가 셔먼이 공부하던 악보를 건넸다. 손 교수는 “악보에 남은 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레슨을 받는 듯했다”면서 “운지 하나까지도 피아노를 쉽게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래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201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클래식 음반’에 꼽힌 ‘골드베르크 변주곡’과의 차이도 짚었다. 그는 “‘골드베르크’가 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쌓아 올리는 힘을 지녔다면 평균율은 인간이 겪을 법한 거의 모든 질문과 감정을 24개의 여정에 담았다”면서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가 빛나면서도 한 우주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번 음반에는 긴 부상의 시간도 스며 있다. 2008년 12월 31일 사고로 3년간 오른손을 쓰지 못했고, 왼손마저 혹사 끝에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다시 연주하는 과정은 잃어버린 손을 되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바흐 푸가에 대한 해석은 오늘의 사회로 확장됐다. 손 교수는 “빠른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에는 큰 목소리를 따라가기 쉽다”면서 “푸가에서는 모든 성부가 똑같이 중요하고, 작고 여린 목소리도 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투어는 지난달 캐나다에서 막을 올렸다. 다음 주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포함한 국내 11회 공연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지를 거쳐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그는 “연주가 그날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곱씹는 질문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여경 선임기자
세줄 요약
  • 바흐 ‘평균율’ 1권 음반 발표와 월드투어 시작
  • 스승 러셀 셔먼 헌정, 녹음과 재활의 의미 강조
  • 푸가의 다성성으로 오늘의 사회 메시지 확장
2026-10-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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