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 안 된다” 5개월 전 경고에도…경찰 스토킹 대응 제자리

유승혁 기자
수정 2026-10-14 16:23
입력 2026-10-14 16:23
피해자 24명 등 조사… 경찰 소극 대응 지적
송파 장모 살해 사건도 보호조치 공백 드러나
제주 스토킹 살해, 네 차례 신고에도 미입건
“경찰 적극 대응 뒷받침할 법적 안전장치 필요”
“알아서 잠정조치를 신청해 주는 수사관도 있지만, 저처럼 안내도 받지 못한 채 2차 스토킹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어요. 수사관마다 달라요.” (40대 스토킹 피해자)
경찰이 5개월 전 스토킹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피해자 보호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등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이 문제로 지적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 사건과 제주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연구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정작 현장에서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경찰청이 발주하고 경찰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의견수렴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연구는 지난 5~7월 피해자 24명과 피해자 보호 담당 경찰관·수사관 20명,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0대 스토킹 피해자 A씨는 “잠정조치 연장을 신청했지만, 경찰이 가해자가 다시 접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대 피해자 B씨도 접근금지를 요청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B씨는 “스마트워치는 불안감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야 지급받았다”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1일 발생한 송파구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수원권선서는 스토킹 피의자에게 내려진 1차 임시조치(접근금지 등)가 지난달 30일 종료됐지만, 곧바로 재신청하지 않고 이달 6일에야 법원에 신청했다. 접근금지 조치에 공백이 생긴 사이 범행이 발생했다.
경찰이 세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도 집행에 실패한 데다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가 방전돼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 보호와 수사 대응 전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지난 12일 발생한 제주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사전에 네 차례 신고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피의자는 입건되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2023년 폐지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별개로 적극적인 수사와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도 이번 연구에서 이미 제기된 문제다. 40대 피해자 C씨는 “피해자는 두려워서 처벌을 원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직접 어필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움직일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조치를 취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일률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도 있다.
스마트워치 지급과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절차를 정비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별개로 재범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일선 경찰관의 판단 지침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스토킹 사건 등에 자의적으로 개입했다가 법적 한계를 넘어서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과 경찰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혁 기자
세줄 요약
- 5개월 전 연구서 경찰의 소극 대응 문제 지적
- 송파·제주 사건서 보호 공백과 지연 반복
- 신속한 조치·매뉴얼·법적 안전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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