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북미 정상회담이 불러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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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14 00:58
입력 2026-10-14 00:10

지지율 바닥 트럼프, 북미회담 추진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카드 가능성
한미 간 사전 긴밀 협의 선행돼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김정은을 향한 추파를 계속 던지고 있다. 그가 금방 끝내겠다던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그로 인해 그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로서는 뭔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승리의 서사가 필요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는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니 이전에 만난 적 있는 김정은을 다시 만나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주장할 만한 뭔가를 얻어내고 싶을 것이다.

그의 속셈은 이해가 되는데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서 어떤 외교적 성과를 끌어낼 것인가를 따져 보면 신통한 결과를 도출할 만한 소재가 영 보이지 않는다. 과거 두 번의 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었지만 당시 미측의 막판 변심으로 결렬되었다. 수천㎞ 기찻길을 빈손으로 되돌아간 아픈 기억을 가진 김정은은 트럼프의 러브콜에 선뜻 화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측에서 성사 가능성을 여전히 비추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비핵화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북한을 두고 미국이 실패했던 비핵화 회담을 다시 시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면 북미가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고 양측이 자국의 외교적 승리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한 이슈가 무엇일까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떠오르는 이슈로 노무현 정부 당시 북미 사이에 거론된 적이 있고 우리 정부도 지지했던 종전선언이 있을 수 있다. 한반도는 법적으로는 전쟁이 종결되지 않고 중간에 멈춘 휴전 상태에 있다. 북한은 당시 적화통일을 막았을 뿐 아니라 지금도 북한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는 미국을 불구대천의 적국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이 가한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는 오랜 기간 빈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북한에 미국이 비핵화라는 전제조건 없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제재 일부를 해제해 준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도 4대 적국의 하나인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우선 종전선언이라도 할 수 있다면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큰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양국의 계산이 맞아떨어진다면 가능성이 적지만 11월 미 중간선거를 전후해 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본다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전쟁 상태를 해소하고 긴장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향후 평화협정으로 가는 발판이라는 점에서 우리로서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적다. 그러나 북한의 진의가 정말 평화협정을 거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는지 한미 간 동맹을 이간시키고 전술적 이익을 얻으려는 데 있는지 불분명하기에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금방 환영할 일이라 하고 국회에서 성사 촉구 결의안까지 낼 상황은 아니다.

한미 간 사전 충분한 협의를 통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간 종전선언이 불쑥 이루어지면 우리로서는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선 북한이 2개 적대 국가론을 내세운 이후 육해상 국경선을 분명히 하겠다고 거듭 주장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북한은 휴전 때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북방한계선(NLL)을 없애고 남쪽으로 경계선을 내려 긋자고 주장하고 미국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우리 서해 5도의 안전이 위태롭게 된다. 둘째, 종전이 되면 유엔사가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 이를 없애라는 북중러의 외교 공세가 이어질 것이다. 물론 유엔사는 유엔 결의를 통해서만 해체할 수 있으므로 미국이 안보리 거부권을 행사하면 계속 유지할 수는 있다. 다만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에 대한 상황적 근거는 약화될 것이다.

이 이슈에 대해 주변 국가들의 의견이 같아지면 우리만 외톨이가 된다. 이에 대비해 종전선언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꼭 선행돼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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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2026-10-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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