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 기득권 유지 의도 혼재… 터미네이터 세상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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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13 00:55
입력 2026-10-13 00:55

28일 기조 강연하는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 인터뷰

미중 간 AI 패권 경쟁 치열한 상황
속도조절론, 한국의 선택지는 아냐
인간에게 해가 되는 AI 유통 안 돼
실질적인 위협 판단되면 국제 공조
AI 활용하면 새로운 문화 창조 가능
거부하면 일자리 감소 고통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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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은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개발 속도 조절론은 선두 기업들이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부분도 존재한다. 한국은 AI 연구개발과 투자를 늦춰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이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지훈 기자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은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개발 속도 조절론은 선두 기업들이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부분도 존재한다. 한국은 AI 연구개발과 투자를 늦춰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이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지훈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은 AI가 초래할 미래 위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장을 선점한 선두 기업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혼재돼 있습니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치열하니 속도조절론은 우리 선택지가 아닙니다.”

오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미래컨퍼런스(SFC) 2026’에서 ‘21세기 필연기술과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서는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은 지난 2일 진행한 전화·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AI 속도조절론의 뒷면에는 후발 주자의 추격 전에 규제라는 진입 장벽을 세우기 위한 선두 기업과 선진 국가들의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깔려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아 AI 개발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장은 “언젠가 핵무기처럼 인류에게 더 실질적인 위협이 돼 인류 전체의 종말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고 생각되면 이를 막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서로 협력해 규제를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치열한 개발 경쟁은 AI가 아직은 인류에게 실질적 위협은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도 제품이고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AI가 인간에게 해가 되도록 만든 제품은 유통될 수 없다고 이 전 총장은 지적했다.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제시한 ‘밀레니엄 7대 난제’ 중 하나를 지난달에 AI가 풀면서 인간 최고의 지적 영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대해 이 전 총장은 “AI 능력의 발전에 따라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카이스트) 총장 재직 시절인 2025년에 이런 상황을 대비해 AI 수학대학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연구 교육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논문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경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그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 연구에서도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AI에게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받았는지 명확히 밝힐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 스스로 연구 윤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AI 사용의 일상화로 인류의 지능 퇴화 조짐이 보고되고 연구 능력의 약화도 우려된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 전 총장은 “과학기술사를 보면 새 도구가 등장하면 인간 지능이 영향을 받고 그 영향으로 지능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계산력이나 암산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던 것처럼 AI에 사고를 외주한다면 인간의 사고력이 일부 떨어지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인간의 뇌는 AI가 절약해 준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해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것이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이 전 총장은 각종 공상과학(SF) 콘텐츠에 등장하는 것처럼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상황은 닥치지 않을 것”이라며 “AI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로 인한 인간의 일자리 감소에 대해서도 “산업혁명 시기에 증기기관이 등장했을 때나 20세기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일자리 감소를 걱정했다”며 “AI를 잘 만들고 활용하면 새로운 직업이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전통적인 일자리도 줄고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 이중고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장은 SFC 2026 기조 강연에서 “AI 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면 안 되고 흐름에 올라타서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며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AI를 두려워하면 AI 연구나 AI 활용을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고, 열심히 하지 않는 상황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쟁에서 뒤처져 필연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AI 속도조절론, 위험 우려와 기득권 방어 혼재
  •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속도조절론 부적합
  • 인간에 해로운 AI는 시장에서 걸러져야 함
2026-10-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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