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은행 못 믿겠다”… 금고 찾는 고객들 [경제 블로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황인주 기자
황인주 기자
수정 2026-10-09 01:15
입력 2026-10-08 22:04

잇따른 해킹 사고에 “계좌도 불안”
시중銀 지점에 대여 문의 이어져
집에 보관할 개인용 구매하기도

“금고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사업가인 60대 정모씨는 최근 거래 중인 은행에서 해킹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점을 찾았습니다. 대여금고 이용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보증금과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금고를 빌릴 생각이라고 합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계좌에 있는 돈도 불안해졌다”는 겁니다.

최근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에서 잇달아 해킹 사고가 발생하며 디지털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제 믿을 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물자산밖에 없단 것이죠.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8일 “고령층을 중심으로 대여금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킹 공격을 당한 한 은행에서는 사고 이후 4영업일 사이 비어 있던 금고 열댓 개에 새 주인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여금고는 은행 안에 있는 개인용 금고입니다. 일반 고객은 금고 크기에 따라 보증금 5만~50만원과 연간 수수료 2만~5만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 따라 VIP 고객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죠.

아직 이를 전반적인 이용 증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이용 중인 대여금고는 2023년 말 15만 9144개에서 2024년 말 15만 2602개, 지난해 말 14만 6961개로 줄었습니다. 지난 9월 말에는 14만 4299개까지 감소했습니다. 은행 점포 축소와 금융거래의 디지털화 속에서 줄어들던 금고 수요가 해킹 사고 이후 일부 은행에서 다시 나타난 셈입니다.

불안을 덜려는 움직임은 은행 밖에서도 보입니다. 집에 둘 개인금고를 구매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금융자산 연결 서비스를 해지해 정보 노출을 줄이자는 ‘꿀팁’도 공유됩니다.



고객들이 ‘아날로그’ 방식에서 안심할 방법을 찾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는 정보를 상당수 수기로 관리한 덕에 해당 정보의 유출 피해를 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디지털 전환이 느렸던 점이 뜻밖의 방패가 된 셈이죠. 편리함을 앞세웠던 디지털 금융에 이제 고객들은 안전을 묻고 있습니다.

황인주 기자
세줄 요약
  • 해킹 사고 확산으로 은행 대여금고 문의 증가
  • 고령층 중심 불안 확산, 개인금고 구매도 등장
  • 디지털 금융 불신 속 실물자산 선호 재부상
2026-10-09 B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기사 반응 MBTI 확인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