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호조’ 착시 부른 노인 일자리… 양만 늘고 질은 후퇴

박기석 기자
수정 2026-10-09 01:17
입력 2026-10-08 22:00
청년 취업 감소분 60대 이상이 상쇄
10개 중 6개 단기 공공형… 집중 여전
정부 “118만개로 확대” 제시했지만
고령 숙련자 기업 채용 이끌어내야
노년층 취업자 수 증가분이 청년층 취업자의 감소분을 상쇄하면서 전체 취업자 수는 늘어나는 ‘고용 통계의 착시’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호황이라는 노인 일자리도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예산으로 만들어 내는 단기 ‘공공형’ 일자리가 대다수여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취업자 수가 늘어도 고용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 4000명 늘었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4만 3000명, 제조업 취업자는 3만 8000명 감소했지만 60세 이상 취업자는 19만 1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고용이 고용시장 전체가 ‘마이너스’로 추락하지 않도록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고용 정책의 통계적 실적이 필요한 정부도 고령층 고용 확대에 적극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노인 일자리도 역대 최대인 118만개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한 고용의 양적 확대가 양질의 민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퇴 후에도 일하는 노인이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보건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유형별 물량을 보면 공공형 비중은 2022년 72.0%에서 올해 61.5%로 10.5% 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10개 중 6개 이상이다. 반면 민간형은 19.8%에서 20.5%로 0.7%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원금을 투입해 민간의 고령층 고용을 유도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고용영향평가 브리프에 따르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수혜 사업장의 60세 이상 고용은 평균 2.64명 증가했지만 고령자 신규고용 증가는 제한적이었다. 고령자 고용지원금 역시 당초 신규고용 촉진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고령자의 계속고용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결국 노인 일자리의 양은 확대됐지만, 고령층도 양질의 민간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은 청년층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앞으로 정부가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함께 고령자의 경력과 숙련을 실제 기업의 수요와 연결해 민간 채용을 끌어내는 것이 고령층 고용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고령자의 노동시장 이행 연구’에서도 “59세까지 쌓은 숙련이 60대 초반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 분석됐다. 59세 때와 다른 산업·직업으로 이동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비율은 61세 30.1%에서 64세 52.8%로 높아졌다.
연구원은 “주된 일자리에서 불가피하게 이직할 때 생애 동안 축적한 숙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재취업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생애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로 이직하는 60대 초반 실업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임금보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종 박기석 기자
세줄 요약
- 청년·제조업 감소, 60대 취업 증가로 고용 착시
- 노인 일자리 확대됐지만 공공형 비중 여전히 높음
- 숙련 활용한 민간 채용·임금보험 보완책 제안
2026-10-09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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