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좋은 병원 있으면 믿고 가… 생존율 등 암센터 치료 성적 공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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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수정 2026-10-08 20:57
입력 2026-10-08 20:57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진료 역량 높여야 환자 신뢰 쌓여
권역 암종 육성… 수도권 쏠림 완화
우수 인력 확보·처우 개선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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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이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암 진료 역량 강화와 국립암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이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암 진료 역량 강화와 국립암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자에게 서울로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먼저입니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국립암센터 양한광(66) 원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암환자의 수도권 병원 쏠림을 풀 해법으로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환자의 선택을 억지로 돌리기보다 지역의 진료 역량을 높이고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지역에 좋은 병원이 있고 치료를 잘한다는 확신이 들면 환자는 믿고 간다”며 “지난 20년간 지역 거점 암센터의 시설 구축에 비해 암 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투자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치료성적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실제 진료역량”이라며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공개하자는 게 아니라 각 센터가 자신 있는 분야 한두 개부터 ‘우리는 이것을 잘한다’고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병기별 생존율 등 치료성과를 단계적으로 공개하되 센터를 줄 세우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성과가 부족한 센터의 지원을 줄이기보다 지역별 특성과 의료진의 경험을 토대로 잘하는 암종을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서울로 아직도 가십니까’입니다.”

양 원장은 “특정 암을 정말 잘 치료하는 지역암센터가 있다면 수도권 환자도 그곳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가 잘하는 병원을 찾아 지역 간에도 오가는 것이 국가 암 의료의 균형 발전”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에는 ‘돌봄’ 문제도 작용한다고 봤다. 지역에 사는 고령 부모가 암에 걸렸을 때 수도권의 자녀가 서울로 모셔 오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환자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암 경험자의 경험 자체도 큰 자산”이라며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병원 이용을 돕는 것은 물론 환자가 암 정책과 서비스, 임상연구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암 진료망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고속철도(KTX)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 네트워크가 지역 환자의 서울행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는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지역에서 치료하고, 고난도 환자는 신속하게 전문기관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수도권에서 치료받은 환자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관리받는 체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의 역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희귀·난치암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어려운 암을 맡고 새로운 치료의 근거와 표준을 만드는 ‘4차 병원 수준의 특수병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약 13%인 환자의 임상연구 참여 비율도 임기 중 20~30%까지 높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양 원장은 국립암센터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우수 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을 꼽았다. 그는 “간호사 이직률이 20%를 넘고, 경력직 간호사의 경우 일부 대형병원과 연봉이 800만~1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며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들어오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한광 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위암 외과 전문의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외과장·암병원장과 대한위암학회·대한암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위암 최소침습수술과 다기관 임상연구를 주도했으며 해외 학술대회 등에서 400회 넘게 초청 강연했다.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2024년 11월 제9대 국립암센터 원장에 취임했다. 2016년 미국외과학회(ASA) 명예펠로우와 유럽외과학회(ESA) 명예회원에 이어 올해 미국외과학회(ACS) 명예펠로우로 추대돼 세계 주요 외과학회 명예 타이틀을 모두 받은 첫 한국인 외과의사가 됐다.

글·사진 한상봉 기자
세줄 요약
  • 지역 병원 신뢰 확보 위한 치료 성적 공개 제안
  • 병기별 생존율 공개와 강점 암종 집중 육성 주장
  • 수도권 쏠림 완화 위해 돌봄·연계 체계 강화 강조
2026-10-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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