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0억 보장에도 지급 ‘0원’… 5대 은행 개인정보 배상보험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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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수정 2026-10-08 17:54
입력 2026-10-08 17:54
세줄 요약
  • 5대 은행 개인정보 보험 한도 700억원 확보
  • 최근 4년여간 은행업 보험금 지급 실적 0원
  • 배상책임·피해액 입증 어려워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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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4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신한· KB국민·하나 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코너가 보이고 있다. 2026.10.4 홍윤기 기자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4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신한· KB국민·하나 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코너가 보이고 있다. 2026.10.4 홍윤기 기자


은행업 보험금 지급 4년여간 전무
전체 업종은 25건·약 13억원 지급
배상책임 인정·피해액 판단이 문턱
합의 배상·특약으로 고객 지원 가능
5대 시중은행의 개인정보 배상보험 기본 보장한도는 총 700억원이지만, 최근 4년여간 은행업 보험금 지급 실적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연쇄 해킹으로 고객 정보가 잇따라 유출되는 가운데, 보험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로 이어지도록 고객 배상을 강화하고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정보 손해배상책임보험 보험금 지급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외에도 은행법상 은행에 해당하는 지급 건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전체 업종에서는 25건, 12억 9820만원이 지급됐다. 전체 지급액은 2022년 4123만원에서 지난해 4억 6249만원으로 약 11배 늘었고, 올해는 7월까지 4억 7749만원으로 지난해 연간액을 넘어섰다.

5대 은행은 개인정보 사고에 대비해 은행별로 100억~200억원의 기본 보장한도를 확보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각 은행에 확인한 결과 신한은행·NH농협은행은 각각 200억원, 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은 각각 100억원이었다. 신한은행은 신용정보 유출 등의 손해보장 한도도 200억원이며, 하나은행은 연간 보상한도 100억원에 신용정보 누출손해·위기관리 실행비용 등의 특약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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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가 생성한 이미지. 자료 제공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실, 5대 시중은행 각 사
ChatGPT가 생성한 이미지. 자료 제공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실, 5대 시중은행 각 사


문제는 수백억원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고 발생만으로 고객 보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분실·도난·위조·변조·훼손 등에 따른 법률상 배상책임도 약관에 따라 보장하지만, 실제 보험금 지급에는 피해와 책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기업의 분쟁조정안 거부도 소비자가 배상받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합의 배상과 특약을 통한 선제적 고객 지원에도 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기업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와 1인당 10만원 배상에 합의한 뒤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가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특약을 통해 회사가 자발적으로 보상한 부분까지 커버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위기관리 실행비용 특약은 보험사 사전 동의 등 조건에 따라 고객 통지 비용과 피해자 위로금 등도 보장한다.

다만 피해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많은 사고에서는 조정 성립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고, 유출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정이 성립하면 배상액을 지급할 수 있는 보험 약관도 있지만, 피해자가 많아지면 전체 배상 규모가 커져 사업자와의 조정 성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이 실질적인 피해 구제로 이어지려면 개인정보 사고에 따른 고객 배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광민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보험연구원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보험산업의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과징금 확대와 더불어 피해 고객에 대한 배상책임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보호에 실패하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가치에도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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