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냐, 우파냐”…영화 한 편·커피 한 잔에 파고든 ‘정치색 논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유승혁 기자
수정 2026-10-08 16:38
입력 2026-10-08 16:38

일상 속 작은 취향·선택, ‘정치 싸움’으로 번져
단체관람 반발에 취소 줄이어…고발전도 극심
“정치권, 문화생활을 진영 결집 수단으로 악용”

이미지 확대
지난 6일 오후 경북 구미시의 한 멀티플렉스의 상영작 알림판에서 영화 ‘암살자(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영화관 관계자는 여러 논란 탓에 ‘암살자(들)’의 상영을 이날부터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는 각종 시민단체가 역사 왜곡을 주장하며 최근 구미 영화관들 측에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상영중단을 촉구해왔다. 2026.10.6. 구미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경북 구미시의 한 멀티플렉스의 상영작 알림판에서 영화 ‘암살자(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영화관 관계자는 여러 논란 탓에 ‘암살자(들)’의 상영을 이날부터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는 각종 시민단체가 역사 왜곡을 주장하며 최근 구미 영화관들 측에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상영중단을 촉구해왔다. 2026.10.6. 구미 연합뉴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회사에서 영화 ‘암살자(들)’을 봤다는 말을 꺼냈다가 직장 상사에게 “좌파냐”는 말을 들었다. “영화 재밌었다”는 감상이 정치 성향을 묻는 말로 돌아온 것이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에서 정치 성향이 안 맞으면 피곤하니 영화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글이 잇따랐다.

최근 ‘암살자(들)’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배우 집 앞에서 규탄 집회가 열리는가 하면, 영화를 본 시민들의 문화생활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울산의 한 고등학교가 해당 영화를 단체 관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논쟁이 불붙었고, 전날 국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단체관람 허용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미지 확대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암살자(들) 홍보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6.9.30. 이지훈 기자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암살자(들) 홍보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6.9.30. 이지훈 기자


영화 관람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서울의 봄’ 개봉 당시에도 보수 성향 유튜버 등이 영화를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며 학교 단체관람에 반발했다. 서울 송파구와 경북 포항시의 초등학교는 반발이 이어지자 단체관람을 취소했고,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교는 단체관람을 진행한 뒤 교장이 보수단체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해당 사건은 검찰에서 각하됐다.

영화뿐 아니라 특정 가수의 팬이라는 이유로 정치 성향을 추측하거나, 이용하는 브랜드를 두고 정치적 색깔을 따지는 식으로도 갈등이 번진다. 대학생 조모(23)씨는 지난 5월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당시 매장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지인들에게 “우파냐”는 말을 들었다. 반대로 보수 성향 이용자들이 스타벅스 음료와 굿즈를 SNS에 인증하며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일상까지 정치화되면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통합위원회가 18세 이상 국민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보수·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92.4%에 달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피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71.1%였다.

이미지 확대
지난 6월 22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오후 3시 조기 영업 종료를 위해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발생한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일제히 조기 종료한 뒤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했다. 2026.6.22. 연합뉴스
지난 6월 22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오후 3시 조기 영업 종료를 위해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발생한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일제히 조기 종료한 뒤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했다. 2026.6.22. 연합뉴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편견도 커지고, 문화 소비 취향까지 정체성을 판단하는 ‘집단주의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며 “특히 SNS에서는 특징 하나로 사람을 빠르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어 정치적 의미가 덧씌워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휘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양극화된 정치권이 시민의 문화생활까지 진영 결집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정치적 갈등이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혁·정회하 기자
세줄 요약
  • 영화 감상도 정치 성향으로 해석되는 분위기 확산
  • 학교 단체관람·배우 규탄 집회로 갈등 격화
  • 커피·브랜드 취향까지 진영 논쟁으로 번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기사 반응 MBTI 확인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보수·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