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첫 한글 전용, 1996년 가로쓰기… ‘읽는 힘’ 지킨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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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수정 2026-10-08 00:19
입력 2026-10-08 00:19

창간호 6개면 중 2개면 한글 사용
한문 모르던 여성·서민 신문으로
1970년 신문말 다듬기 위원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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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연구회가 ‘가갸날’을 선포한 지 지난 100년 동안 글줄은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변신했고 글자는 한자의 그늘에서 걸어 나왔다.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문인 서울신문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앞장서서 실천했다. 최초로 한글전용판이라는 혁신을 시도했고,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전환했다.

전신 대한매일신보는 1904년 창간호 6면 중 2면을 한글로만 채웠고, 1907년 5월에는 한글 신문을 따로 제작해 국한문·한글·영문 세 종류를 함께 냈다. 1908년 5월 발행 부수의 35.1%가 한글판으로, 한문을 모르던 여성과 서민의 신문이었다. 1910년 매일신보로 넘어간 뒤 그 한글은 일제강점기 통치 선전에 쓰인 건 아픈 역사다.

1945년 11월 23일 자 제호 ‘서울신문’은 공식 이름이 경성부에서 서울로 바뀌기 9개월 전이었다. 대한매일신보의 위대한 유산과 매일신보의 아픈 유산을 모두 이어받는다는 취지로 지령 제13738호로 시작했다. 이듬해 독자 공모로 뽑은 상징마크의 두 날개도 ‘서’와 ‘신’의 첫소리 시옷을 빚은 것으로 지금까지 쓰인다.

1956년 10월에는 ‘한글판 서울신문’이 나왔다가 1960년 4·19 때 사옥이 불타며 멈췄다. 문맹률이 77%에 이르던 1960년대 후반 정부의 문맹 퇴치 사업에 발맞춰 서울신문 안에서도 한글 활용에 대한 고민이 오갔다.

당시 사회면 편집기자였던 함정훈(89)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우리글을 찾는 게 진짜 광복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번졌고, 회사 안에서도 한글 사용에 대한 호응이 일종의 캠페인처럼 사내에 퍼졌다”면서 “다만 신문에 쓰는 용어가 한자를 기반으로 한 게 많아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함 전 국장은 동아·조선·중앙·한국일보 편집기자들과 ‘편집동호회’를 꾸리고 매주 모여 신문의 한글 활용을 연구하고 한글학자와 원로 편집자의 자문을 받았다. 그런 노력 끝에 서울신문은 1968년 11월 22일부터 모든 지면에서 한자를 빼는 한글전용을 단행했다. 정부가 1970년부터 모든 공문서에서 한글전용을 시행한 것보다도 2년 앞선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이 공로로 함정훈·유범상·김덕성 기자가 제3회 한국기자상 편집 부문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이었던 홍종인 조선일보 주필은 “서울신문 기자들이 우리말, 우리 소리를 우리 그릇에 오롯이 담아냈다”는 격려사를 건넸다. 1970년에는 사내에 ‘신문말 다듬기 위원회’를 두어 한자어 1600여개를 한글로 바꿨다.

1985년 1월부터는 국내 일간지 처음으로 납 활자 대신 전산 조판(CTS)으로 신문을 찍었고, 6월 창간한 자매지 스포츠서울은 중앙 일간지로는 처음으로 전면 가로쓰기와 한글 전용, 국정교과서 표기법을 썼다. 1996년 10월 1일부터는 서울신문도 전면 가로쓰기를 시작했다. 주요 일간지가 모두 세로쓰기를 내려놓은 것은 1999년이었다.

스포츠서울 창간을 이끌고 초대 편집국장을 지낸 이상우 전 서울신문 사장 직무대행은 “서울신문은 특히 한글에 대한 애정이 그 어느 매체보다 깊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글은 소릿값과 문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춘 문자로 어떤 문자도 한글의 효율성을 따라올 수 없다”며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거 ‘신문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이제 어떻게 문해력을 키우고 한글을 배우는 세계의 독자에게 가닿을지를 향한다. 새로운 100년의 과제다.

최여경 선임기자
세줄 요약
  • 대한매일신보 시절부터 한글 지면 확대
  • 1968년 전면 한글전용, 2년 앞선 실험
  • 1996년 전면 가로쓰기, 읽기 방식 전환
2026-10-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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