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면 불법사찰, 안 하면 직무유기… 방첩 요원 ‘세평 수집’ 딜레마

백서연 기자
수정 2026-10-07 00:14
입력 2026-10-07 00:14
국방부 직할기관 업무에 기능 남아
방첩사 해체에도 근거 규정 그대로
자의적인 해석 여지 많아 남용 우려
예비역 59만명 ‘동향 자료’ 활용도
국방부 제공
국군방첩사령부가 해체되며 출범한 국방보안지원단·국방방첩본부 업무에 ‘세평 수집’ 기능이 여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첩사 해체와 함께 12·3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서 악용됐던 세평 수집 기능도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근거 규정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방첩사가 보유했던 예비역 관련 동향 수집 자료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보안지원단령에는 지원단의 업무 중 하나로 ‘국가정보원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위탁한 신원조사 업무’가 명시돼 있다. 국정원은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사람의 충성심·신뢰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신원조사를 실시하는데 국방부에 위탁할 경우 지원단이 이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원조사는 크게 기관 조사, 근무지 조사로 나뉜다. 기관 조사는 경찰전산망 등을 통한 범죄 사실 조사, 근무지 조사는 조직 내 사람들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 중 근무지 조사는 과거 방첩사의 세평 수집·동향 조사 등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방첩본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방방첩본부령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내·외국인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을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 안보에 반한다’는 기준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민간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방첩사 수사관들에게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간인을 내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리 자격이 부여됐다. 그러나 신설 방첩본부 요원은 이 같은 자격이 없다. 요원들이 법령에 따라 업무를 이행하면 민간인 사찰,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의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방첩사가 보유해 온 예비역의 현역 시 동향 자료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첩사 폐지에 따라 관련 자료를 즉시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방부도 이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이었다.그러나 여전히 59만명의 자료가 보존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활용된 자료는 총 211건으로, 이 중 청와대가 126건, 국정원 68건, 대통령경호처가 17건을 각각 활용했다.
강 의원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방첩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관련 훈령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연 기자
세줄 요약
- 방첩사 해체 뒤에도 세평 수집 근거 잔존
- 신원조사·정보수집 규정, 민간 사찰 우려
- 예비역 동향 자료 59만명분 보존 확인
2026-10-07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