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이 무르익는 계절, 가을이다. 서울은 지금 공연예술인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아름다운 무대 위에 올라 땀방울로 채워 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로 ‘서울어텀페스타’ 이야기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서울어텀페스타는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는 민간·공공 공연예술 작품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서울시 대표축제 브랜드이다. 다음달 29일까지 크고 작은 270여편의 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공연이 서울 시내 곳곳의 거리와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서울어텀페스타는 도시 전체가 공연예술 무대가 되어 시민에게는 감동을, 예술가에게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동안 서울시 문화정책은 크게 ‘예술가’와 ‘시민’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문화정책은 전통적으로 복지 관점에서 이뤄져 금전적 지원이 많았다. 문화예술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예술인의 창작 기반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금전적 지원에는 문화예술계의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문화 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오프라인 문화예술 관람 경험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장르나 예술가에게 관심과 기회, 재원이 집중되면서 다수의 문화예술인은 여전히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시민을 수혜자로 하는 문화정책은 주로 축제나 행사를 개최하는 형태로 추진됐다. 대형 축제를 마련해 시민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축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시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 주도의 톱다운 방식으로 기획된 행사는 시민사회에 뿌리내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고, 행사기획사나 무대사업자 등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정작 예술가와 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웠다.
문화는 단순히 거액의 예산을 투자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의 역량이 자유롭게 발산될 수 있는 안정적인 창작 기반이 갖춰지고 시민이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는 자생적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지난 7월 서울문화예술포럼에 참석한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 ‘에들레이드 프린지’의 대표는 “기초예술 생태계의 안정적인 성장이 도시 문화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어텀페스타는 이러한 토대를 마련해 예술가의 역량과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함께 확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지난달 18일에는 시민들에게 공연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 뚝섬한강공원 수변공원에서 개막식을 개최했다. 예술가와 시민 사이를 다양한 무대가 연결하고, 그 연결이 강해질수록 서울의 공연예술은 일회적 지원이나 만들어진 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서울어텀페스타가 예술가와 시민 사이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생태계의 통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서울 곳곳에 무대가 피어나고, 그 무대를 찾는 시민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길 바란다. 예술가가 자유롭게 창작하고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도시, 그것이 서울어텀페스타가 만들어 갈 서울의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