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콘돔 안 사요” 사람들 발길 ‘뚝’ 끊겼다…인기 없어진 이유 [월드픽]
윤예림 기자
수정 2026-10-04 20:46
입력 2026-10-01 15:55
세줄 요약
- 콘돔 자판기 수 급감, 전성기 대비 6분의 1 수준
- 편의점·온라인 확산으로 구매 방식 변화, 수요 감소
- 새 기계 생산 중단, 낡은 자판기 수리해 재가동
일본 거리에서 가끔 눈에 띄던 콘돔 자판기가 전성기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자판기를 구할 수 없는 탓에 낡은 자판기를 직접 수리해 되살리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콘돔 제조 대기업인 사가미고무가 운영하는 콘돔 자판기는 올해 6월 말 기준 1540대로 집계됐다. 1990년대 당시 1만대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사가미고무가 자판기 사업에 착수한 것은 1970년대다. 1993년에는 타사 자판기를 포함해 일본 전국에서 약 3만대의 콘돔 자판기가 가동됐고, 연간 매출은 약 40억엔(약 344억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판기를 통한 콘돔 판매 실적도 계속 줄고 있다. 2018년도에 114만개에 달했던 판매량은 지난해 41만개로 떨어졌고, 매출액 역시 1억 500만엔(약 9억 343만원)에서 5100만엔(약 4억 3880만원)으로 급감했다.
사가미고무에서 자판기 수리를 맡고 있는 다카하시 아쓰시(57)는 “일본에는 이제 콘돔 자판기를 만드는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제조사의 콘돔 자판기 생산은 약 25년 전에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현재 가동 중인 자판기는 모두 제조된 지 25년이 넘은 ‘베테랑’들이다.
사가미고무 역시 기계를 공급해주던 제조사가 철수해 새 자판기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사가미고무에서는 다카하시 등 3명으로 꾸려진 팀이 오래된 자판기를 수리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시키고 있다.
일본 콘돔 제조사 가운데 자판기 수리까지 직접 하는 곳은 사가미고무가 유일하다는 게 다카하시 설명이다.
자판기가 설치돼 있던 매장이 문을 닫거나 자판기를 교체해야 할 때 낡은 자판기는 회수돼 사가미고무 공장으로 온다. 다카하시는 “100대가 돌아와도 30대는 쓸 곳이 없어 폐기해야 한다”며 “남은 70대에서 쓸 수 있는 부품을 모으고 모아 다시 태어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콘돔 자판기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자판기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며 “편의점이 늘어 언제든 살 수 있고, 인터넷으로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콘돔 자판기는 문화라고 생각하고, 없어지면 아쉬워하는 사람이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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