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 우승 소감, AI가 잘랐다…아시안게임에 동반된 인공지능의 실체 [나고야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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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29 11:25
입력 2026-09-29 11:07

음성 녹음 후 AI에게 단순 번역 맡겨
의미 없는 멘트 채우고 임의 편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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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왼쪽)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을 마치고 대회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왼쪽)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을 마치고 대회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성스럽게 몇 분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겨우 4마디만 남았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야구 5연패를 이끈 에이스 곽빈(두산 베어스)의 수많은 말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곽빈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6과3분의1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KBO리그 1선발급 활약을 펼치는 곽빈다운 투구였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곽빈은 밀려드는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곽빈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인터뷰한 것이 대폭 삭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각국 선수들의 인터뷰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을 경기장마다 볼 수 있다. 이들은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송 인터뷰와 펜 기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주요 선수와 인터뷰를 하고 대회 공식사이트에 정리해 올려준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다른 나라 선수들을 대신 만나 기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번역본이 사람의 손을 거쳐 나오는 것이 아니라 AI의 힘을 빌려서 나온다는 점이다. 본래의 표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일도 종종 나타나거니와 AI가 임의로 멘트를 분류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중요한 내용을 삭제해 버리기도 한다.

곽빈의 경우 “저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딸 때 아무것도 못 했다”, “이번 대회는 내가 실질적으로 기여해서 굉장히 중요하다(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추정)”, “내가 결승 선발전에 나갈 것을 알고 있었다”, “일본 선수들은 아마추어지만 수준이 높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의 4마디뿐이었다. 이런 영양가 없는 멘트로는 기사 작성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없느니만 못한 셈이다.

지난 27일 여자농구 우승을 확정하고는 한 관계자가 한국어 번역이 맞는지 확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녹취를 받아 제미나이에 맡긴 것인데 꼼꼼히 확인해 보니 일부 의미가 맞지 않는 것도 있었고 중요한 멘트가 아예 날아간 것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제미나이가 임의로 질문 목록을 정리해 멋대로 편집한 상태였다.

당시 이해란(용인 삼성생명)의 멘트 가운데 박지수(청주 KB)와 박지현(LA 스파크스)과 관련해 “언니들 없이 치렀다”고 했던 발언을 AI는 단순하게 “고참 선수(Senior Player)가 없었다”로 번역했다. 관계자에게 “이들도 아직 어리다. 고참 선수보다는 핵심 선수(Key Player)로 번역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건넸고 실제로 그 자리에서 수정이 이뤄졌다. 이번 우승의 의미와 미래 계획에 대한 발언은 말이 조금 길다는 이유에서인지 아예 삭제됐길래 이 멘트가 중요하다고 알려줘 살릴 수 있었다. 28일 육상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나마디 조엘 진(예천군청)이 “형들”이라고 친근하게 표현한 내용은 “나이 많은 팀 동료”라는 딱딱한 표현으로 번역된 상태다. AI를 사용하다보면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답하거나 방향성이 이상한 답변을 꺼내 오류가 나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챗GPT, 제미나이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번역 기능을 토대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언어만의 세밀한 부분을 포착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향후 스포츠 현장에서 AI의 활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의미가 변질되고 왜곡된 가짜 뉴스가 등장할지 모른다. 그나마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대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 또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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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도요하시·나고야 류재민 기자
세줄 요약
  • 곽빈 우승 소감, AI 번역 과정서 대폭 삭제
  • 아시안게임 선수 인터뷰, 의미 왜곡 사례 확인
  • 스포츠 현장 AI 의존, 검수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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