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은 파업대상 아니라는데… 내 일자리 미칠 영향 알 길이 없다

김우진 기자
수정 2026-09-29 00:06
입력 2026-09-28 18:09
노봉법 지침에 현장 혼란 가중
“도입 전 노사 합의 법제화 필요”
“인공지능(AI)이 지금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인데 AI를 노동 현장에 도입하는 게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요? 노동자들이 최소한 무슨 AI가 도입되는지는 알아야죠.”
고용노동부가 지난 3일 기업의 AI 도입을 ‘경영상 결정’으로 간주하고 이를 이유로 파업할 수 없다는 취지의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지침을 발표한 것을 놓고 노동 현장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파업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측은 ‘근로조건 영향’을 노동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어 노동자들만 ‘정보 사각지대’에서 AI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28일 노동부의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에 따르면 노동자는 사측의 AI 도입 자체를 놓고 사측과 교섭을 벌일 수 없다. AI 도입이 노동자의 근로 여건에 영향을 준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사측도 일터에 AI를 도입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은 다르다. 노동자들은 AI가 노동 현장에 이미 확산한 상황에서 언제 구조조정이 몰아칠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한다. 특히 AI가 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기업의 도입 계획을 알아야 부서 이동이나 노동 시간 감축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부 지침으로 AI가 ‘프리패스’로 도입되고 작업 공정이 바뀌고 근로조건에 영향이 본격화하고 나서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대응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은 이런 노사의 AI 관련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자 신기술과 관련한 ‘정보 공유’를 법으로 명시해 두거나 노사 합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인공지능과 노사관계의 변화와 맹점’에 따르면 독일은 사업장조직법 90조 1항 3호에 사업주가 AI를 도입할 때 일어날 공정의 변화를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사업장평의회에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스페인 은행업계는 2024년 단체협약을 통해 디지털 전환이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 예측되면 이런 사실을 노조에 알리기로 합의했다.
국내에선 지난 8월 현대자동차 노사가 신사업과 신기술 도입 진행 경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 다른 기업으로는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기업은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AI 기술은 노조가 이해하기엔 매우 전문적인 분야여서 노사 간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며 “어떤 것이 ‘고영향 AI’인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AI 도입과 활용에 대한 노사의 사전 합의 절차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김우진 기자
세줄 요약
- AI 도입, 파업 대상 제외로 노동계 혼선 가중
- 노동자, 일자리 영향 정보 부재에 불안 호소
- 해외는 정보 공유 의무화, 국내는 제도 공백
2026-09-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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