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도입이 깨운 ‘낙태죄 대체입법’…계류 법안들 뜯어보니

한지은 기자
수정 2026-09-25 12:46
입력 2026-09-24 22:56
남인순·이수진 발의안 등 5개 법안
사전 상담 의무·의사 거부권 등 쟁점
국감 이후 상임위서 본격 논의 될 듯
“사회적 숙의 거쳐 법 개정 서둘러야”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이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에 도입되는 가운데 7년째 이어진 낙태죄 대체입법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임신 9주 이하를 대상으로 초기 2년간 병원에서 처방·조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임신중지(낙태) 허용 범위와 상담·사후관리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논의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남인순·이수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솔 진보당 의원,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임신중지 허용 주수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임신중지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여있다.
남 의원안은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한계’를 삭제해 임신중지를 특정 사유로 제한하지 않도록 했다. 약물과 수술 등 의학적 방법을 모두 임신중지로 규정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손 의원안도 허용 사유 조항을 삭제하고 약물 투여를 임신중지 방법에 포함했다. 여기에 중앙·지역 상담기관을 지정해 임신의 유지·중지에 관한 상담과 정보 제공을 맡도록 했다.
이 의원안은 임신한 여성 본인의 동의만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기존의 배우자 동의 요건과 허용 사유를 모두 없앴다. 약물 임신중지와 건강보험 적용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보건소 등에 종합상담기관을 설치하도록 했다.
박 의원안은 사전 상담을 의무화했다.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은 지역상담기관에서 상담받은 뒤 발급된 확인서를 의료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의사는 정신적·신체적 합병증과 사후 피임 방법 등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되 보호자가 없거나 학대 피해를 본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했다.
반면 조 의원안은 태아의 생명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임신중절이 가능한 태아를 임신 22주 이내로 제한하고, 의사가 임신중절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거부권’을 규정했다. 임신중절을 시행할 의료기관도 정부가 미리 지정하도록 했다.
정부도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 2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여러 부처가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에 대한 입법도 같이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정부도 국회의 논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안 심사는 국정감사에서 미프진 도입을 둘러싼 쟁점이 공론화된 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 산하 위헌법률 정비 활성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국감에서 여러 지적이 나올 테고, 이를 바탕으로 법안 심사 과정에서 입법화가 필요한지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면 함께 올려 병합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프진 허용의 쟁점과 과제’에서 “임신중지 허용 기간, 허용 사유, 상담·숙려기간 의무화 여부 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입법적인 영역”이라며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를 통해 법개정 방향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임신중지 제도공백을 메우는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은 기자
세줄 요약
- 미프진 도입 임박, 대체입법 공백 재부각
- 국회 계류 법안들, 허용 범위·상담 의무 쟁점
- 정부, 형법·모자보건법 동시 개정 지원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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