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치던 추석은 옛말…PC방·스마트폰 타고 일상 파고든 도박

임태환 기자
수정 2026-09-24 14:00
입력 2026-09-24 14:00
세줄 요약
- 추석 놀이판, 고스톱에서 PC방·스마트폰 도박으로 이동
- 불법 성인 PC방·도박사이트 집중 단속, 대규모 적발
- 청소년 사이버도박 확산, 사기·절도·사금융 피해 연결
울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47)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집 근처 성인 PC방을 찾을 생각이다. 처음에는 퇴근길에 호기심으로 5만원을 넣어 슬롯 게임을 시작했지만, 잃은 돈을 되찾으려다 한 번에 수십만원씩 쓰는 날도 생겼다. 김씨는 “예전에는 명절이면 친척들과 고스톱을 치곤 했는데 요즘은 다들 따로 지내지 않느냐”며 “PC방은 혼자 와도 되고 시간도 상관없어 올 연휴에도 몇 번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의 ‘놀이판’이 달라지고 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화투패를 돌리던 풍경에서 벗어나 성인 PC방과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사행성 게임에 접근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도심에서는 불법 성인 PC방이 잇따라 적발되고, 중·고생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슬롯·바카라 등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파고들고 있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3주간 불법 성인 PC방을 집중 단속한 결과 387건이 적발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규모다. 검거 인원도 516명으로 30% 늘었다. 경찰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한 범죄수익은 52억원에 달했다.
추석을 앞둔 현장에서도 불법 영업이 확인됐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18일 밤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남구 전통시장 반경 500m 안의 성인 PC방 81곳을 일제 점검해 불법 업소 3곳을 적발하고 업주 3명을 입건했다. 게임기 29대와 현금 865만원 등도 압수했다.
불법 영업은 개별 업소를 넘어 대규모 유통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베트남에 서버와 콜센터를 두고 국내 성인 PC방 2133곳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원 15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이트를 운영하며 취급한 판돈은 약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사이버도박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운영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에는 1777명이 신고했다. 평균 연령은 15.5세, 평균 도박 기간은 10개월, 평균 도박금액은 300만원이었다. 도박 유형의 95.9%는 슬롯·바카라 등 카지노 게임이었다.
도박이 다른 범죄와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중학생 13명과 고등학생 1명이 함께 도박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사기·절도 등을 저지른 이른바 ‘도박 써클’이 적발됐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했다가 고금리와 추심 협박에 시달린 청소년도 있었다. 경찰이 자진신고 청소년과 면담하면서 확인해 폐쇄·삭제를 요청한 불법 도박사이트 주소만 464개에 달했다.
경찰은 불법 성인 PC방의 재영업을 막기 위해 관계기관과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치유로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도박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경제를 파탄 내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관계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불법 도박을 근절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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