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밑빠진 독’ 될까…알래스카 LNG, 상업적 합리성이 분수령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9-23 17:52
입력 2026-09-23 17:26
철강 50% 관세 완화·韓 기자재 공급 ‘패키지 협상’ 필요
日도 수익성 낮아 포기한 440억弗 사업美 러브콜에 ‘3호 프로젝트’로 검토 선회
중동전쟁·호주 내수 우선에 공급망 다변화
“최종 투자 전까지 수익성 계속 검증해야”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고위험’ 사업으로 평가됐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3호 프로젝트’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기한 사업인 만큼 ‘상업적 합리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사업을 확정하는 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한국 등 아시아에 LNG를 수출하는 44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고에서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하이리스크(고위험)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장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거듭 언급하며 한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의 주고받기 협상 끝에 알래스카 LNG 사업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일단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 검토에 나선 건 ‘에너지 공급망’ 때문이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카타르 등 주요 LNG 생산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해졌다. 세계 3대 LNG 수출국인 호주마저 자국 내 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자 내년 7월부터 LNG 수출의 20%를 내수용으로 의무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이 성공하면 새로운 LNG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검토’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탈탄소 에너지 정책으로 국내에서 LNG 사업 확장이 어려운 한계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알래스카산 LNG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도입하면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LNG 사업이 미국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사업인 만큼 “안정적인 LNG 공급과 가격뿐 아니라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 완화와 국내 기업의 기자재·강관 공급 등을 패키지로 묶어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출신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가스·원전 경쟁력을 가진 우리 기업에는 기회”라면서도 “LNG 도입 가격을 비롯해 조건을 따져 최종 투자 결정 전까지 수익성과 위험 등 사업성을 검증하고, 수익성이 없다면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에너지학과 교수는 “알래스카는 동토 지역인 데다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이 움직이는 혹독한 환경 속에 높은 인건비와 공사비를 감당해야 하는 고난도 공사”라며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할 때 LNG 판매가격뿐 아니라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등 건설 리스크까지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제공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 협상 과정에서 한국산 철강 50% 관세를 인하하고 철판·강관 등을 파이프라인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를 한국에서 공급할 수 있게 되면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판로 확보와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대한 지형적 위험을 분산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 교수는 “약 1300㎞에 이르는 가스관 건설에 대규모 강관이 필요한 만큼 현재 50% 관세로 미국 수출이 막힌 국내 철강업계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포항·광양 등 철강산업 지역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철강 관세 인하 등과 연계해 협상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상대적으로 지리가 가까운 알래스카산 LNG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도입할 수 있다면 중동의 호르무즈·말라카·대만 해협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참여 의지도 변수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정부와 가스공사가 사업성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기업이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들이 경제성이 없는데 정부가 억지로 참여시키는 구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기업 스스로 사업성을 검토해 참여하려는 것이라면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알래스카 LNG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정부의 금융·정책적 지원 없이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며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활용하되 경제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알래스카 LNG 사업은 한미 간 추가 협상을 거쳐 투자 여부와 조건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따질 계획이지만, 미국이 무리한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중동 원유 의존도 70%→50% 이하로
비축 2000만 배럴↑…가스도 30% 미만한편 정부는 같은 맥락에서 자원 안보 관련해 중동 전쟁을 계기로 원유 공급망 다변화와 비축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2035년까지 중동 등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2030년까지 2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을 확충한다. 한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수출용 포함 약 280만 배럴로, 2000만 배럴은 약 7일치에 해당한다.
산업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70% 수준인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중동산 원유 운임 지원을 확대하고, 중질유 중심의 국내 정제설비도 미국산 등 경질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난해 기준 70%에 달하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고, 가스 역시 특정국가 의존도를 30%대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은 2016년 카타르 가스 의존도가 35.5%에 달했지만 이후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지금은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핵심광물 관리 대상은 희토류·게르마늄 등 38종에서 51종으로 늘리고, 비축 품목도 24종에서 29종으로 확대한다. 공급망 취약 광물의 비축 목표는 기존 180일에서 최대 365일로 늘린다.
김정관 장관은 “중동 전쟁을 겪으며 자원안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을 지키는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위기 때마다 반복되던 단기적·사후적 대응에서 벗어나 우리 자원 공급망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세줄 요약
- 알래스카 LNG, 한국의 3호 프로젝트 검토
- 일본 포기한 고위험 사업, 상업성 분수령
- 공급망 다변화·철강 관세 협상 변수 부상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는 주요 이유는?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