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바꾸고 소송까지…‘각자도생’ 나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

유승혁 기자
수정 2026-09-26 16:00
입력 2026-09-26 16:00
온라인 커뮤니티서 소송 비용·신고 절차 공유
주민번호 변경 2023년 421명→지난해 870명
“기업 책임 강화해야 유출 예방할 동기 생겨”
“저도 처음 해 보는데, 온라인에 글이 많이 올라오길래 소송에 참여해 봤어요. 뭐라도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 직장인 박모(34)씨는 26일 ‘티빙’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가비로 1만원을 내고, 승소하면 약 27만원을 받는 방식이다. 법률 지식이나 소송 경험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자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쿠팡과 SK텔레콤에 이어 올해 티빙과 결혼정보업체 듀오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피해자들이 직접 대응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유출 사실을 확인한 뒤 비밀번호를 바꾸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어떤 소송에 참여할지부터 주민등록번호 변경 등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까지 각자 알아보고 실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법무법인별 참가비와 성공보수, 소송 방식 등을 비교하는 글과 그래픽이 공유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주민등록번호 변경이나 신고 등 어떤 조치를 했는지 경험을 공유하는 글도 잇따른다. “집단 손해배상은 A법무법인이 더 저렴하다”, “적극 나서야 보상받을 수 있다”, “주민번호부터 바꾸는 게 확실하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주고받는다.
대형 기업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 학원 등 일상 기관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학원에서 자녀 정보가 유출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병원에서 보낸 문자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 갔다”는 문의와 함께 신고 방법이나 보상 방안을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기나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기·해킹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한 사람은 2023년 421명에서 2024년 685명, 지난해 870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559명이 신청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반복되면서 피해 구제와 사후 대응의 부담까지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기업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사전에 이를 막으려는 동기가 생긴다”고 밝혔다.
유승혁 기자
세줄 요약
- 개인정보 유출 잇따르며 피해자들 집단소송 참여 확산
-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 증가, 사후 대응도 개인 몫
- 온라인 커뮤니티서 법무법인·보상 정보 활발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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