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빛을 비췄더니 불면증이 싹 사라지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23 14:32
입력 2026-09-23 14:32
세줄 요약
- GIST, 근적외선 불면 개선 가능성 제시
- 미토콘드리아·아데노신 경로 작용 추정
- 생쥐·성인 예비시험서 수면 지표 개선
픽사베이 제공
바쁜 일상을 사는 많은 현대인은 불면에 시달린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그래서 수면제를 사용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나 수면클리닉에서 인지행동치료를 받기도 한다. 수면제 같은 약물은 장시간 사용하면 의존성과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고 인지행동치료는 따로 시간을 내서 치료에 참여해야 하고 비용 문제도 고민거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머리에 근적외선을 비추는 것으로 불면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연구팀은 머리에 근적외선을 비춰 수면을 돕는 ‘경두개 광생체조절’(tPBM) 기술이 불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 9월 15일 자에 실렸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는 잠을 자려는 ‘수면압력’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아데노신’이다. 연구팀은 두피와 머리뼈 일부를 통과해 뇌 조직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뇌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근적외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근적외선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면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삼인산’(ATP) 생성이 늘어나고 이후 ATP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데노신이 증가해 잠이 들기 쉬운 ‘수면압력’이 높아진 상태를 유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선 연구팀은 뇌를 구성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에 근적외선을 비춰 ATP가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생쥐 머리에 근적외선을 비추자 깨어 있는 시간은 줄고 얕은 잠부터 깊은 잠까지 포함하는 비렘수면 시간은 늘어났다. 특히 생쥐 뇌에서 아데노신 농도가 높아졌고 깊은 수면과 관련된 델타파도 증가했으며 이런 변화는 근적외선 자극이 끝난 뒤 최대 3시간까지 이어졌다.
연구팀은 불면 증상이 있는 성인 남녀 40명을 대상으로 예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두 집단으로 나눠 1주일 동안 매일 밤 잠들기 전 1시간씩 머리띠 형태의 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한쪽은 근적외선이 나오지 않고, 다른 쪽은 근적외선이 나오도록 했다.
실험 결과 근적외선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은 주관적으로 평가한 불면 증상과 수면의 질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이 관찰됐다. 잠들기 어려움이나 수면 유지 등 불면 증상의 정도를 평가하는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가 26% 감소했고,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도 29.6% 감소했다.
김재관 교수는 “정밀한 광자극과 수면 측정 기술을 접목하면 개인의 수면 상태와 생체리듬을 고려한 맞춤형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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