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7억원 ‘농구판 로또’…日 B리그가 복권 꺼내든 이유 [와쿠와쿠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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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09-26 06:00
입력 2026-09-26 06:00
세줄 요약
  • 예측 없이 즐기는 농구복권 DUNK 출시
  • 최대 3억엔 당첨, 컴퓨터가 결과 선택
  • 복권 구매 뒤 경기 관람으로 팬 유입
컴퓨터가 대신 고르는 ‘DUNK’ 출시
복권 구매→경기장 방문 연결 전략
B리그 개편 맞춰 신규 팬 확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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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억엔의 당첨금을 내건 일본 농구 스포츠복권 ‘DUNK’ 공식 홈페이지. DUNK 홈페이지 캡처
최대 3억엔의 당첨금을 내건 일본 농구 스포츠복권 ‘DUNK’ 공식 홈페이지. DUNK 홈페이지 캡처


응원하는 팀도, 좋아하는 선수도 없습니다. 어느 팀이 강한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최대 3억엔(약 27억원)의 당첨금을 노릴 수 있습니다. 일본에 등장한 이색 ‘농구복권’ 이야기입니다.

일본 최초의 ‘예측 불필요형’ 농구 스포츠복권 ‘DUNK’(덩크·ダンク)가 지난 15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도 B리그 경기 결과나 우승팀을 직접 예상하는 스포츠복권 ‘WINNER’가 있었지만 DUNK는 다릅니다. 누가 이길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컴퓨터가 대신 골라줍니다.

종류는 ‘DUNK10’과 ‘DUNK6’ 두 가지입니다. 대표 상품인 DUNK10은 지정된 B리그 10경기를 대상으로 한 장에 300엔입니다. 각 경기마다 ‘어느 팀이 이기는지’와 ‘두 팀의 합계 점수가 160점 이상인지’를 조합하면 결과는 4가지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컴퓨터가 무작위로 골라주는 방식입니다. 10경기의 결과를 모두 맞히면 1등. 당첨금은 통상 최고 1억엔, 이월되면 최대 3억엔입니다. DUNK6는 6경기를 대상으로 한 장에 100엔, 1등 당첨금은 약 10만엔입니다.

DUNK의 목표는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까지 B리그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기존 스포츠복권은 어느 팀이 강한지, 누가 이길지를 직접 예상하는 재미가 있는 대신 해당 종목에 어느 정도의 관심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DUNK는 이 과정을 아예 없앴습니다. 공동 개발 주체인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는 “농구 지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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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농구 B리그의 2026~27시즌 개막 홍보 포스터. B리그 홈페이지 캡처
일본 프로농구 B리그의 2026~27시즌 개막 홍보 포스터. B리그 홈페이지 캡처


복권을 사고 나면 이번에는 경기를 볼 이유가 생깁니다. 평소라면 관심 없이 지나쳤을 B리그 경기도 자신의 당첨 여부가 걸리면 결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B리그 역시 응원하는 팀을 보는 재미에 더해 경기 결과가 복권 결과와 연결되면서 관전의 재미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복권 구매를 실제 경기 관람으로 연결하는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DUNK를 300엔 이상 구매하면 B리그 경기 관람권과 쿠폰 등을 받을 수 있는 ‘DUNK 보너스’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복권 구매→경기 확인→경기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팬 유입 통로를 만든 셈입니다.

이런 전략이 나온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한 일본 프로농구가 있습니다. 2016년 출범한 B리그의 2025~26시즌 총관중은 548만 16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출범 첫해 223만 8043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2.5배로 늘었습니다.

마침 올해 일본 프로농구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갑니다. B리그는 2026~27시즌부터 ‘B.PREMIER’(B프리미어), ‘B.ONE’(B원), ‘B.NEXT’(B넥스트)의 3개 리그로 재편합니다. 경기 성적에 따른 승강제를 폐지하고 평균 관중과 매출, 홈 경기장 등 ‘얼마나 안정적으로 팬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리그 참가의 주요 기준으로 삼습니다.

팬과 만나는 접점도 크게 늘어납니다. B프리미어는 평일 경기를 확대해 정규시즌 경기 개최일을 기존 약 69일에서 약 116일로 늘립니다. 경기가 더 많은 날에 분산돼 열리는 만큼 기존 농구 팬을 넘어 새로운 관중을 끌어들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겁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DUNK가 등장했습니다. JSC는 B프리미어 출범이라는 전환점에 맞춰 농구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DUNK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복권 판매 수익금 일부는 지역 체육시설과 경기장 정비, 선수와 지도자 육성 등에 사용됩니다.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복권 수익을 다시 스포츠 기반에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일본 프로농구가 출범 10년 만에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 등장한 ‘찍을 필요조차 없는 농구복권’. 최대 3억엔의 행운을 좇아 산 복권 한 장이 새로운 농구 팬을 만드는 ‘입구’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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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와쿠’(わくわく)는 일본어 의성어로,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 들뜨고 기대되는 느낌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현장을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일본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합니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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