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회의원은 몇 선 해야 장관 될까…사라진 ‘5선 공식’ [와쿠와쿠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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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09-24 14:00
입력 2026-09-24 14:00
세줄 요약
  • 5선·3선 입각 공식의 약화
  • 파벌 해체로 순번제 흔들림
  • 총리 인사권과 충신 중용 부상
파벌해체에 장관 ‘순번제’ 흔들
자민당 ‘입각 대기조’만 1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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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  도쿄 교도·AP 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
도쿄 교도·AP 뉴시스


일본 국회의원은 몇 번 당선돼야 장관이 될 수 있을까요. 한동안 일본 정치권에는 꽤 분명한 ‘공식’이 있었습니다. 중의원은 5선, 참의원은 3선. 이 정도 경력이 ‘입각 적령기’로 불렸습니다. 장관을 뜻하는 일본어 ‘각료’(閣僚)에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입각’(入閣)할 차례가 됐다는 겁니다.

실제 자민당에서는 오랫동안 소속 파벌이 의원들의 당선 횟수와 당·정부 경력을 따져 장관 후보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의원 차례”라며 총리에게 추천하는 방식이었죠. 선거에서 계속 살아남아 5선 정도에 이르면 장관직을 기대할 수 있는 일종의 ‘승진 코스’가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공식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 단행한 개각에서도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먼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 등 핵심 각료 상당수가 자리를 지켰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연정 출범 이후 ‘각외협력’을 유지해 온 일본유신회가 처음으로 각료를 배출하면서 자민당 의원에게 돌아갈 자리도 하나 줄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자민당 안에서 장관 경험이 없는 이른바 ‘입각 대기조’는 약 120명에 달합니다. 문제는 대기 줄은 길어졌는데 과거처럼 순서대로 장관에 오르는 공식은 희미해졌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파벌의 힘이 약해진 데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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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자민당(LDP) 당사 전경. 도쿄 AP 뉴시스
일본 도쿄 자민당(LDP) 당사 전경. 도쿄 AP 뉴시스


자민당에서는 2024년 정치자금 비자금 파문을 계기로 아베파를 비롯한 주요 파벌이 잇따라 해산했습니다. 현재 정식 파벌 형태를 유지하는 곳은 아소 다로 전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 정도입니다. 당도 정책집단이나 당내 그룹이 특정 인사를 추천하거나 인사 문제를 협의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마련했죠. 과거 파벌이 ‘누구를 장관으로 만들 것인가’를 조정하던 시대에서 총리의 인사권이 더욱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시대로 옮겨가게 된 셈입니다.

이번 개각은 그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각료를 유임하는 한편 자신을 뒷받침해온 아소파와 옛 아베파 인사들을 중용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총무상은 내각에서 빠졌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인사를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정책에 동조하는 ‘충신’(忠臣)을 중추에 두고 이견을 제기하는 실력자를 정권 밖에 배치한 포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당선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장관 자리를 나눠주는 관행에서 벗어나면 특정 정책에 전문성이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젊은 정치인을 발탁하기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아직 선수가 부족하다”며 기다려야 했던 의원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일찍 장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파벌과 선수를 대신해 ‘총리와 얼마나 가까운가’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랫동안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아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 만큼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 자신과 정책 노선을 공유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주요 자리에 배치할 필요도 있습니다.

파벌의 ‘장관 대기표’가 사라진 자리는 앞으로 무엇이 채우게 될까요. 정책 전문성과 능력이 될지, 아니면 총리와의 거리가 될지. ‘5선이면 장관’이라는 공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 정치의 새로운 ‘입각 공식’은 아직 정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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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와쿠’(わくわく)는 일본어 의성어로,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 들뜨고 기대되는 느낌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현장을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일본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합니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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