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도 기후변화 탄다…서해 30년 새 20㎝ 오르락 내리락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21 10:58
입력 2026-09-21 10:58
세줄 요약
- 서해·동중국해 조석 진폭 30년 새 확대
- 기후변화와 연안 매립이 복합 원인으로 지목
- 서해안 만조 침수·범람 위험 증가 우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밀물과 썰물의 높이 차가 한반도 서해에서 지난 30년 사이 최대 20㎝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국립해양조사원, 프랑스 소르본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해역의 조석 변화를 분석한 결과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조석 진폭이 가장 크게 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변화 폭은 같은 기간 대양에서 관측된 값의 10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 레터스’에 실렸다.
조석은 천체 운동에 의해 결정되는 변하지 않는 현상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외해에서 연간 0.1㎜ 안팎의 미세한 조석 변화가 관측되면서 수심이 얕은 대륙붕 해역에서는 이보다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관측 사례가 거의 없었고 변화 원인과 메커니즘도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해안에 설치돼 수위를 연속 측정하는 조위 관측소 기록과 인공위성 고도계 관측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서해와 동중국해의 반일주조 진폭은 연간 최대 ±3.0㎜ 이상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일주조는 달의 인력이 만드는 12시간 25분 주기의 조석으로 한반도 서해안 조석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조석 변화를 논할 때 대표 지표로 쓴다. 이는 외해에서 나타나는 변화 10배가 넘는 값으로 비슷한 면적의 다른 어느 해역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규모다. 진폭은 조차의 절반이므로 30년간 누적하면 약 20㎝가 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연구팀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조건을 바꾸면서 수치모델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조석 변화는 연안 매립과 기후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바닷물이 수온과 염분의 차이에 따라 위아래로 층을 이루는 해양 성층이 강해진 점과 해수면이 상승한 점이 조석을 바꾸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대규모 연안 매립 때문으로 나타났다.
서해안 흑산도와 남해안 여수의 30년간 관측 자료를 보면 평균 해수면은 두 곳 모두 약 10㎝ 올랐지만, 흑산도에서는 만조 수위가 평균 해수면보다 빠른 약 20㎝ 상승했다. 반면 여수에서는 평균 해수면이 오르는데도 만조 수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차이는 연안 재해와 생태계 양쪽에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수면 상승과 조차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서해안은 만조 때 침수·범람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여기에 폭풍해일이나 극한 호우가 겹치면 위험은 단순 합산 이상으로 커지는 복합 재해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조차가 줄어드는 남해안에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높이 범위가 좁아지면서 갯벌 면적 감소가 빨라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조양기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변하지 않는 자연현상’으로 여겨져 온 조석이 기후변화와 연안 개발로 바뀌고 있다는 관측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미래에는 해수면 상승과 함께 조석 변화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해안 방재시설의 높이나 저지대 개발 기준을 정할 때 평균 해수면 상승치만 적용하면 실제 만조 수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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