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실종사건 허위종결’ 경장 구속 기소… ‘합동심의’도 단톡방 자료 공유로 그쳤다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9-18 17:09
입력 2026-09-18 15:21
실종사건 처리 부담에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전산·보고서 조작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제외…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는 추가
제주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에서는 해당 경찰관의 개인적인 일탈뿐 아니라 상급자의 지휘·감독 부재와 형식적인 합동심의 등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이 부실하게 작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제주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대성)는 18일 제주서부경찰서 전 실종수사팀 소속 A(34) 경장을 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여성 장모(36)씨와 7월 2일 남성 박모(68)씨의 실종신고를 전달받고도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연락한 것처럼 112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자 소재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
A 경장은 다음 날인 5월 16일과 7월 3일에는 실제 연락한 것처럼 내부 보고서까지 작성해 상급자에게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경장이 실종사건을 남겨둘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동료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했다. 성인 실종자는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 아래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문제는 A경장 개인에게만 있지 않았다.
검찰은 A 경장이 야간 당직근무를 하는 동안 상급자들의 지휘·감독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상급청이 실종사건 종결 때 ‘실종자 대면 후 종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실종사건을 감시해야 할 전산 시스템도 허술했다. 담당 경찰관이 종결 사유를 ‘변사’나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하면 해당 사건 내용이 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 곧바로 삭제돼 상급자나 다른 팀원들이 사건 접수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다. 다른 사유로 종결하는 사건 역시 상급자 결재 없이 담당 경찰관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종결 뒤 사후 검토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실종자의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는 ‘합동심의’ 역시 유명무실했다.
실종 신고 후 12시간 내 발견되지 않으면 형사과장 주관으로 합동심의를 열어 범죄 관련성과 향후 수사 방향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에서는 단체대화방에 112 신고사건처리표를 공유하는 데 그쳤고, 범죄 관련성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 가족들의 호소에도 경찰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박씨 가족은 실종신고 당일 A 경장으로부터 “박씨와 연락했는데 신변에 이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소식이 끊기자 가족들은 7월 27일과 8월 6일 직접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소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실종수사팀 근무자들은 이를 단순 상담으로 판단해 가족들을 돌려보냈다. 가족들이 8월 21일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에야 경찰은 수색에 나섰고, 다음 날 박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검찰은 경찰이 A 경장의 허위 기록을 걸러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족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9월 2일부터 17일까지 A 경장과 상급자·동료·실종자 유족 등 참고인 12명을 조사하고, 8일부터 11일까지 경찰청·제주경찰청·제주서부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A 경장의 휴대전화도 재포렌식했다.
경찰은 A 경장을 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허위 내부 보고서 작성·행사 혐의와 전산시스템 허위 입력에 따른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다만 허위 기록으로 상급자들이 수색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A 경장은 지난 8월 14일 입건됐으며, 법원은 8월 2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9월 1일 A 경장을 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이날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돼 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의 문제점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강동삼 기자
세줄 요약
- 실종사건 허위 종결한 경장 구속 기소
- 실제 연락 없이 전산 허위 입력과 보고서 작성
- 상급자 감독 부재·합동심의 형식화 드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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