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의 나이, 위암을 넘어선 ‘삶의 환희’… 서울성모병원 김소정 교수, 초고령 로봇수술 쾌거
이병문 기자
수정 2026-09-18 13:11
입력 2026-09-18 13:11
“나이는 숫자일 뿐” 새 삶을 선물한 정밀 로봇수술의 기적
의대생 시절 보호자였던 의사, 환자의 눈물까지 감싸 안아
위 전절제술을 이겨낸 일상 복귀, 그리고 가족이라는 사랑
누구나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지만, 97세라는 나이에 대수술을 이겨내고 환한 미소로 일상에 복귀하는 일은 쉽지 않은 기적에 가깝다. 최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김소정 교수(위장관외과)가 1929년생 초고령 위암 환자 Y모 씨를 상대로 고난도 로봇 위 전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우리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과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환자 Y 씨는 약 10년 전 조기 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두 차례 이겨낸 전력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 식도와 인접한 위 상부 상체부에 새로운 종양이 발생했다. 이미 과거의 치료로 위를 보존할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종양의 크기가 크고 경계가 불분명해 내시경 접근이 불가피하게 좌절되었다. 결국 위 전체를 도려내야 하는 ‘위 전절제술’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위 전절제술은 위암 수술 중에서도 난도가 극도로 높은 수술이다. 위 전체와 주변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복강 깊숙한 곳에서 식도와 소장을 정교하게 연결해야 한다. 두 장기의 조직 특성이 달라 자칫 누출이나 협착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에, 집도의의 고도의 손기술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다행히 Y 씨는 평소 지팡이나 보청기 없이 생활할 정도로 신체 및 인지 기능이 뛰어났고, 꾸준한 걷기와 근력 운동으로 스스로를 가꿔온 ‘준비된 환자’였다. 김소정 교수는 환자의 고령이라는 장벽에만 갇히지 않고, 신체 전반의 건강 상태와 회복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해 로봇수술을 결단했다. 좁고 깊은 공간에서도 미세한 떨림 없이 정밀한 조작이 가능한 로봇수술의 장점은, 97세 환자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며 성공적인 수술을 이끌어냈다.
이번 성공 뒤에는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김소정 교수의 따뜻한 철학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대생 시절, 가족의 기나긴 암 투병 과정을 보호자로서 곁에서 지켜본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뼈저리게 체감했던 그는 의사가 된 이후에도 환자를 대할 때 늘 그 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리려고 애쓴다. “환자를 치료할 때는 질환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품은 마음의 결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그의 진심 어린 태도는 차가운 메스를 다루는 외과의사의 손끝에 가장 온화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평소 성당을 다니며 성경을 읽고 마음을 다스려온 Y 씨는 퇴원 후 첫 외래 진료에서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 같다”며 의료진과 가족을 향해 눈물겨운 감사를 전했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자신의 뒤를 이어 교직의 길을 걷는 손주들을 비롯한 온 가족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나눌 예정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삶의 가능성을 재단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사례는 첨단 의료 기술과 의사의 진심 어린 공감이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의학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한다. 97세의 나이에 위암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건너온 Y 씨의 미소는 우리 모두에게 오늘 하루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찬란한 것인지를 묵직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97세 초고령 위암 환자 로봇수술 성공
- 과거 내시경 치료 뒤 새 종양으로 전절제
- 환자 체력·의료진 판단이 회복 이끈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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