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미디어gpt] 한국 OTT도 미국식 ‘인상 공식’ 밟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26-09-18 00:50
입력 2026-09-17 21:42
‘케이블TV보다 싸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첫 약속이었다. 2019년 넷플릭스의 광고 없는 요금제는 월 10.99달러, 디즈니+는 6.99달러, 애플TV+는 4.99달러였다. 7년이 지난 지금 각각 19.99달러, 18.99달러, 14.99달러를 받는다.

미국 매체 디지데이가 지난 16일 집계한 2019년 이후 요금 변동을 보면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광고 없는 요금제를 다섯 번, 애플TV+와 피콕은 네 번 올렸다. 주요 8개 서비스를 광고 없이 모두 보면 월 151달러가 든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계산한 미국 평균 케이블 패키지 83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문제는 속도다. 할리우드리포터가 집계한 최근 12개월 OTT 요금 인상률은 11.8%, 2023년에는 17.7%였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바탕으로 한 케이블·위성TV 요금의 장기 연평균 인상률은 3.9%다. 케이블이 비싸서 떠났던 시청자가 이제 케이블보다 세 배 빠르게 오르는 요금을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에서도 전체 물가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OTT 영상 항목은 전년보다 20% 가까이 올랐다.

광고형도 더는 뚜렷한 저가 대안이 아니다. 피콕 광고형은 2020년 4.99달러에서 이달 12.99달러가 됐다. 3년 전 피콕의 광고 없는 요금제보다 비싸다. 넷플릭스 광고형은 6.99달러에서 8.99달러, 디즈니+ 광고형은 7.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올랐다. 광고 없는 요금제를 올린 뒤 기존 가격대에 광고형을 놓고, 시간이 지나면 광고형도 올리는 순서가 굳어졌다. 데이터 분석 매체 앰페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미국 OTT의 시간당 광고량도 평균 18% 증가했다.

사업자들은 스포츠 중계권을 이유로 든다. 파라마운트는 종합격투기 UFC와의 7년 77억 달러 계약을 근거로 내년 1월 인상을 예고했고, 피콕은 미국프로풋볼(NFL)·미국프로농구(NBA) 개막을 앞둔 8월 가격을 올렸다. 이탈 방지책은 광고형과 번들(묶음 상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신규 가입의 55% 이상이 광고형이었다. 디즈니+는 단품 광고형 11.99달러에 1달러를 더하면 훌루까지 제공한다. ESPN은 단품을 올리면서도 디즈니+·훌루 번들 36달러는 유지했다. 요금을 올리고, 소비자를 싼 칸으로 내려보내고, 번들로 묶는다. 케이블이 하던 일이다.

한국은 아직 이 순서의 앞에 서 있다. 넷플릭스 한국 스탠더드는 월 1만 3500원으로 2021년 이후 그대로다. 티빙과 웨이브도 공정거래위원회 결합 승인 조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요금을 올릴 수 없다. 그러나 비용은 이미 움직였다. 티빙의 한국프로야구(KBO) 5년 중계권은 4500억원 규모로 직전 계약의 세 배가 넘고, 쿠팡플레이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계약은 연 700억원대다.

미국이 밟은 순서는 중계권, 요금, 광고형, 번들이었다. 동결 조건이 풀리는 2027년 1월, 같은 순서가 국내에서 시작될 조건은 갖춰져 있다. 이용자가 봐야 할 것은 인상 여부만이 아니다. 인상 뒤 광고형과 번들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이미지 확대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2026-09-18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