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이어져 온 옛 전남 지역의 국립의과대학 설립 숙원이 마침내 큰 변곡점 위에 섰지만 위태위태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국립의대 신설 후보 대학으로 순천대를 최종 선정하면서 지역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국립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전남광주 서부권의 목포대는 동부권의 순천대가 불공정한 심사 결과로 국립의대 후보 대학에 선정됐다며 원천무효와 재심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 순천대는 89.15점을 얻어 87.85점에 그친 목포대를 1.3점 차이로 제쳤다. 세부 항목을 보면 의대 교육시설 확보계획에서 목포대(18.57점)가 순천대(18.22점)를 앞섰지만 승부를 가른 결정적 열쇠는 1.17점의 격차가 벌어진 ‘의대 교원 확보계획’(순천대 21.72점, 목포대 20.55점)이었다. 실제 학생을 가르치고 병원을 운영할 핵심 인력 확보안에서 승패가 갈린 셈이다.
숫자상으로는 심사를 통한 엄정한 검증 결과라 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가 받은 최종 결과는 상생이 아닌 극단적 분열이었다. 당초 양 대학은 대학 통합을 전제로 ‘통합 의대’ 추진에 합의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물리적 이해관계와 지역적 명분에 가로막혀 협상판을 깨뜨렸다.
무엇보다 이 참담한 파국에서 가장 뼈아프게 드러난 것은 통합시의 지독한 리더십 부재다. 행정통합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출범했으면서도 동서 간 최대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조정자로서의 결단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대학 간 자율 합의라는 미명 아래 시간을 허비하며 단독 공모전이라는 최악의 수순으로 내몰렸고 결국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은 파탄났다.
문제는 후보 발표 이후 법정 공방으로 불씨가 옮겨붙으며 갈등이 2차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탈락한 목포대는 광주지법에 후보대학 선정 및 추천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순천시 소유 부지를 활용해 의대와 대학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순천대의 계획이 국립대 교지 확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시는 향후 확보계획과 임차 토지 관련 특례규정 등을 종합 판단했다며 정당성을 피력하고 있다. 민형배 시장은 최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공정 심사 주장을 반박하며 법원 판단을 기다려 이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고, 앞으로 열릴 법원 심리 결과에 지역의 명운이 걸리게 됐다.
후보 대학을 선정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교육부 최종 승인과 의대 정원 확정,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평가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소송전이 장기화되고 지역 갈등이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진다면 2030년 개교 목표 자체가 공중분해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국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다. 첫째, 통합시는 서부권 민심을 달랠 파격적인 보완책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민 시장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서부권 의료인프라 확충 방안에 목포대와 서부권을 아우르는 ‘지역 거점병원’ 설립 및 예산 지원책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
둘째, 순천대는 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 자축에 앞서 서부권 의료망과 연계되는 광역 의료 네트워크 구상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셋째, 정치권과 대학은 소송전과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성숙한 타협에 임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과감한 보상책과 지역사회의 대승적 용단만이 전남광주 광역 의료의 백년대계를 다시 세우는 현명한 길이다.
임형주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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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 전국부 기자
2026-09-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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