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떠나라”… 또 님비에 막힌 여명학교

김가현 기자
수정 2026-09-18 00:47
입력 2026-09-17 22:20
은평 이어 강서구서도 반발
北이탈 청소년 학교 신축 놓고 갈등인근 주민 “동의 없었다” 소송 예고
교장 무릎 꿇자 “나도 꿇겠다” 충돌
이지훈 기자
“처음 여명학교가 들어올 때 3년 임시 사용이라고 했습니다. 왜 약속을 어깁니까.”(서울 강서구 주민)
“7개 부지를 검토했지만, 강서구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하죠?”(김오영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인 여명학교의 건립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명학교가 새 둥지 마련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또다시 ‘님비’에 부딪히면서 건립 추진이 삐걱대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저녁 7시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옛 염강초 부지 내 유아교육진흥원·여명학교 건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유아교육진흥원과 여명학교 건립이 병행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사업은 무효”라면서 주민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다른 주민은 통일부,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김오영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교육청엔 탈북학생을 지원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유아교육진흥원 시설 축소 등 우려에 대해서도 “신규 계획을 보면 건물 면적이 당초보다 오히려 1000㎡ 늘어난다”고 일축했다.
주민들 간 찬반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강서구에 36년 거주했다고 밝힌 한 찬성 측 주민은 “아무리 욕심 많은 사냥꾼도 자기 품에 날라온 파랑새(여명학교 학생들을 빗댄 표현)는 잡지 않는다”면서 반대 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자 반대 측 주민들은 “진짜 강서구 주민 맞느냐”며 항의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주민들에게 설립 찬성을 호소했다. 그러자 일부 반대 측 주민들은 “나도 무릎을 꿇겠다”고 앞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명학교 건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주민 측 대표자와 추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여명학교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관악구에 설립됐다. 2019년 은평구 이전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이후 2023년 3월부터 강서구 옛 염강초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이후 지난 7월 현대차 지원 60억원과 여명학교가 모은 재원 등을 활용해 현 부지에 교사를 신축하기로 했다.
김가현 기자
세줄 요약
- 여명학교 강서구 신축안, 주민 반발로 난항
- 주민들 동의 없는 추진 주장하며 소송 예고
- 교육청, 탈북 청소년 지원 책무 내세워 추진
2026-09-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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