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에 논 5마지기 맡겨도 투기꾼 취급”… 당정, 뿔난 農心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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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수정 2026-09-18 00:46
입력 2026-09-18 00:23

고령화 현실 외면 ‘처분명령’ 압박
284만 필지 적발… 임차농 퇴출 우려
인구소멸·고령화에 거래도 힘들어
“경미한 위반 계도” 21일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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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불법적인 농지 투기를 차단한다는 목표로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에 나섰다가 농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농민 사이에 세금 부담과 강제 처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은 17일 경기 평택의 한 농지 모습. 홍윤기 기자
정부가 불법적인 농지 투기를 차단한다는 목표로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에 나섰다가 농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농민 사이에 세금 부담과 강제 처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은 17일 경기 평택의 한 농지 모습.
홍윤기 기자


“80평생 시골 논 5마지기가 전부입니다. 자녀는 다 떠나고 비료 포대를 들 힘도 없어 아는 사람에게 농사를 맡겼는데 불법이라니요. 투기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충남 천안 A(86)씨)

“80세 넘는 어르신을 돕겠다고 거름을 뿌려 주는 것까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해 뒤숭숭합니다. 땅값도 평당 15만원에서 10만원까지 떨어져 걱정이 태산입니다.”(전북 김제 B(53)씨)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를 향한 농민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농지 투기로 시세 차익을 얻는 사람을 솎아내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나섰지만, 농민들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농민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반발도 쇄도하고 있다.

농지를 임대한 소유자들도 처분 명령과 이행 강제금 우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경남 하동의 40대 농민 C씨는 “정작 피해를 보는 건 임차농”이라며 “고령의 땅 주인이 처분 명령을 피하려 임대를 중단하면 이미 파종한 임차농이 수확도 못 하고 농사를 접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농지 136만㏊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 이후 27%인 284만 필지를 불법 임대·휴경이나 투기 목적 의심 농지로 분류했다.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처분 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불이행 시 감정가·공시지가의 25%에 해당하는 이행 강제금이 부과된다.

농지조사를 맡은 공무원들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농민들 상황은 잘 알고 있는데 정부의 지침도 거역할 수 없어서다. 경북 지역 한 공무원은 “인구 소멸과 고령화로 직접 농사짓기 어렵고 상속 농지도 많지만 당장 땅을 처분하거나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농민 반발이 거세게 일자 여당은 오는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당정 협의회를 열어 전수조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전수조사로 불편을 겪는 농업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명백한 투기는 처벌하되 농촌의 일상적인 농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농지 가격 폭락 주장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 이후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2.2% 늘었고, 실거래 가격 하락률도 지난해 5.3%에서 올해 4.4%로 둔화했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지조사는 1996년 이후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동시에 투기를 근절하려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나라가 땅을 빼앗아간다’는 식의 악의적인 프레임에 따른 사실과 다른 얘기가 퍼지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서울 김헌주 기자·전국 종합
세줄 요약
  • 농지 전수조사에 고령 농민 반발 확산
  • 임대 농지 처분 명령·강제금 우려 증폭
  • 여당·정부, 계도와 제도 개선으로 진화
2026-09-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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