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없는 농지 전수조사에… “땅 가진 농민도, 빌려 짓는 농민도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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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9-17 14:39
입력 2026-09-17 14:07

소유주 “농사짓기 힘든데 땅 내놔도 안 팔려”
임대농 “짓던 농사 못 짓게 될까봐 노심초사”
12월말까지 조사원 투입 심층조사 진행
고령농 “농지연금 받아 노후생활 소박한 꿈 사라져”
농민단체들, 농가소득 감소 현실 감안 후속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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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농지이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제주도는 지난 5월부터 기본조사를 실시하고 지난달부터 12월까지 실제 소유주가 농사를 짓고 있는 지 등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정부가 농지이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제주도는 지난 5월부터 기본조사를 실시하고 지난달부터 12월까지 실제 소유주가 농사를 짓고 있는 지 등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전국적으로 농지 이용 실태를 전수조사하면서 제주지역 고령 농업인과 농지 소유자들의 불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지법상 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임대차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 강화되는 가운데,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려는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농촌의 고령화와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정부의 농지 이용 실태 전수조사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5~7월에는 행정자료와 시스템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가 이뤄졌고, 8월부터 12월까지는 조사원이 농지를 직접 찾아가 농지로서 기능하고 있는지, 불법 전용이나 건축물 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심층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기존 표본조사보다 대폭 늘어난 인력이 투입됐다. 현장조사 인력은 약 79명으로, 기존 20명 안팎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현재 조사 진행률은 약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농지 거래와 임대가 얼어붙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제주 농업인단체협의회 김필환 대표는 “농촌 고령화로 농사를 계속 짓고 싶어도 과거처럼 경작하기 어려운 농업인이 많다”며 “농지를 임대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농지 매매와 임대가 상당히 냉각됐다”고 말했다.

농업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농지 거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농자재 가격과 생산비 부담은 커지고 있어 농지를 노후자산으로 생각해온 고령 농업인들의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농사를 짓다가 힘들어지면 농지를 팔아 농가 부채를 정리하고, 농지연금을 받아 노후를 보내겠다는 소박한 계획이라도 있었다”며 “지금은 농지를 갖고 있는 사람도, 농지를 빌려 농사짓는 사람도 모두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적법한 임대차와 현실의 농촌 사정 사이에 간극이 있어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지만,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경작이 어려운 농업인이 늘면서 임대차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농지 소유자에게 무조건 농지를 처분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농지 이용 실태를 확인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처분 의무 부과, 처분명령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처분까지는 2~3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임대차가 가능한 경우에는 농지은행을 활용할 수도 있다. 농지 소유자와 임차인이 적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농지은행을 통해 등록하면 임차인의 경작 사실을 농지대장에 등재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농지연금 역시 고령 농업인들의 관심이 높지만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거론된다. 농지연금은 일정 요건을 갖춘 농업인이 농지를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제도다.

김 대표는 “고령 농업인이 농지를 처분하거나 연금으로 전환하고 젊은 농업인에게 농지를 넘길 수 있도록 정책적인 출구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농지법의 원칙을 지키는 것과 농촌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지를 가진 농민은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도 임대나 매각이 쉽지 않고, 농지를 빌려 농사짓는 임대농은 전수조사로 농사를 못 짓게 되는 상황에 처해 소유자와 임대농 모두 불안에 놓였다”고 다시한번 꼬집었다.

도는 오는 12월 말까지 현장조사를 마무리한 뒤 조사 결과를 유형별로 분류해 계도나 행정조치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농지 처분 과정에서 농어촌공사가 해당 농지를 매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 투기와 불법 전용을 막고 농지의 실제 이용 실태를 파악한다는 취지지만, 고령화와 농가 소득 감소라는 제주 농촌의 현실을 고려한 후속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세줄 요약
  • 농지 전수조사 본격화, 제주 농촌 불안 확산
  • 거래·임대 냉각, 고령 농업인 부담 가중
  • 합법 임대차·연금 등 출구전략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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