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고쳐준 선생님처럼 멋진 의사가 될래요”
이병문 기자
수정 2026-09-17 10:15
입력 2026-09-17 10:15
세브란스병원, 얼굴만큼 큰 혹 단 에스와티니 7세 소년 구해
희귀질환 앓던 탄도 군, GSGC 사업 통해 한국서 대수술 성공
탄도 군이 앓고 있던 병은 신생아 약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 ‘정맥림프관 기형’이다.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혈관과 림프관이 덩어리를 이루는 이 질환은 특히 정상 조직 곳곳에 작은 낭종이 파고드는 ‘미세낭성’ 유형일 경우 수술 난도가 극도로 높다.
생후 3개월 무렵 왼쪽 목에서 처음 발견된 병변은 턱과 목을 뒤덮을 정도로 자라나 아이의 얼굴만큼 커졌다. 트럭 운전기사인 계부의 월 소득 125달러로 방 한 칸에서 생계를 꾸리는 형편에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병변에 눌려 말조차 하기 어려워진 탄도는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에 가지 못한 채 혼자만의 시간에 갇혀 지내야 했다.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세대 의과대학 동문을 통해 전해졌다. 연세의대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검사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의료 소외국 환자 초청 치료사업인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SGC)’의 손을 내밀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약 9,000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 전액을 지원하며 탄도를 품었다.
정밀검사 결과 상황은 심각했다. 병변은 기도를 옆으로 밀어낼 정도로 압박했고, 혀와 목 근육, 설하신경과 안면신경, 외경동맥까지 광범위하게 휘감고 있었다. 후두가 정상 위치에서 크게 밀려 있어 마취와 수술 준비에만 2시간이 걸리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이비인후과 김다희 교수를 비롯한 마취통증의학과, 소아혈액종양과, 소아중환자의학과 등 드림팀이 협진에 나섰다. 김 교수는 외형 변형 최소화와 함께 아이가 먹고 말하는 기능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메스를 잡았다. 제거된 조직만 가로 15㎝, 세로 10㎝로 어린아이 머리 하나가 턱 아래 더 붙어 있는 크기였다.
의료진은 혀뿌리와 구인두에 퍼진 일부 병변을 남겨두는 대신, 병변의 약 95%를 안전하게 제거했다. 무리한 완전 절제보다 아이의 생존과 일상 회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소아혈액종양과는 남은 병변의 증식을 막기 위해 시롤리무스 치료를 병행하며 회복을 도왔다.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기도가 막혀 스스로 숨쉬기 조차 어려워졌을 위기였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의 헌신 덕분에 탄도는 다시 웃음을 찾았다. 특히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도 저를 고쳐준 선생님처럼 멋진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새로운 꿈도 품게 되었다.
에스와티니로 돌아간 후에도 시롤리무스 복용과 정기 검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남아프리카공화국 병원까지 연계해 준 세브란스병원. 절망의 끝에서 날아온 작은 기적은, 한 소년의 삶뿐만 아니라 가슴 속 위대한 꿈까지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에스와티니 7살 소년, 희귀질환으로 고통
- 세브란스병원 초청 수술과 전액 지원
- 치료 후 웃음 회복, 의사 꿈도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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