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유 공급 3중 위기에 최대 소비… 이란전 장기화 대비해야
수정 2026-09-16 01:47
입력 2026-09-16 00:37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이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티 반군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에 이어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얀부항으로 실어 나르던 마지막 우회 수송로까지 끊기는 석유 공급 3중 위기 상황이 닥쳤다. 다음달까지 국내 원유 도입분은 대부분 확보됐지만, 이달 선적에 차질이 생기면 11월부터 수급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공급 위기가 심각한데 국내에선 유가 불감증이 깊었다. 올해 상반기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650만 8000배럴로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충격은 줄였으나, 휘발유 소비 경각심은 느슨해진 탓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휘발유·경유 합산 72만 배럴의 소비 감소를 막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7월부터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를 전면 해제하는 등 정부도 경각심을 풀었고, 불과 두 달 만에 송유관 피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되살리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어제 3년 만에 5%를 돌파했다. 우리 국고채 3년물도 4%를 넘어섰다.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유가·금리·환율의 ‘3고 압력’이 다시 밀려오고 있다. 유가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시차를 두고 전기·난방 요금을 끌어올리면 겨울철 가계 부담은 더 커진다.
시행 6개월을 넘긴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 찾기가 녹록지 않은데 재정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유사 손실보전용으로 지난 4월 추경에 편성한 4조 2000억원은 업계 추산 손실보다 이미 모자란 상태다. LNG에 연동되는 도시가스·전기 요금은 이 정책의 대상도 아니다. 미·이란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지금,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운용 고도화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안보 전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고가격제만 믿고 있다가는 11월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2026-09-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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