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끊고 배움터서 ‘1대1 코칭’… “공부가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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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현 기자
김가현 기자
수정 2026-09-16 04:17
입력 2026-09-16 04:17

예천 자기주도학습 ‘둥지 배움터’

사교육 없이 EBS 콘텐츠 등 활용
공부 마치면 코디네이터 첨삭 지도
참여 학생의 64% ‘성적 향상’ 경험
정서·심리 상담까지… 전국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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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에 위치한 ‘청소년 둥지 배움터’에서 한 학생이 책을 읽고 있다.
지난 8월 7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에 위치한 ‘청소년 둥지 배움터’에서 한 학생이 책을 읽고 있다.


“원래 책 들여다보는 게 싫었는데 공부가 좋아졌어요. 성적이 평균 20점 정도 올랐습니다.”

지난달 7일 경북 예천군 용궁면 청소년 둥지 배움터에서 만난 권윤아(15)양은 지난해까진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다. 사춘기 여자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꾸미는 것을 좋아해 막연하게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꿨다.

하지만 둥지 배움터를 다니기 시작한 지난해 겨울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권양은 “둥지 배움터에서 지도를 받은 이후 성적이 평균 40점대에서 60점대로 올랐다”고 말했다. 성적에 자신감이 생기자 진로도 명확해졌다. 권양은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대구의 한 특성화고에 진학할 계획이다.

권양의 성적 상승 비결은 매일 배움터에 나와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성실함이다. 처음엔 공부가 막막해 학습 플래너에도 1~2줄의 계획을 적는 데 그쳤지만, 불과 반년 만에 공부 계획은 10여줄로 늘었다. 권양이 공부를 마치면 코디네이터가 공부 계획을 점검하며 학습을 도와준다. ‘1대 1 심층 코칭’을 통해 학습 관련 상담뿐 아니라 정서·심리 상담도 이뤄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배움터에서 학습한 학생의 64%가 성적 향상을 경험했다.

청소년 둥지 배움터는 교육부가 지난해 9월부터 전국적으로 설립을 추진한 자기주도학습센터 중 하나다. 사교육 없이도 학생들이 EBS 콘텐츠 등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학습 여건이 열악한 지역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BS는 교육 콘텐츠 공급 및 센터 운영 지원을 담당한다.

‘둥지’는 예천군만의 독창적 명칭으로, 어미새가 아기새를 날게 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쓴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천군엔 예천읍, 용궁면, 풍양면, 감천면 등 총 4개 지역에 둥지 배움터가 있다. 총 113명의 학생들이 지역별 1~2명씩 있는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학습을 설계한다. 학생들은 일 평균 2.5시간씩 배움터에서 학습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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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예천군 용궁면 청소년 둥지 배움터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지난 8월 7일 예천군 용궁면 청소년 둥지 배움터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용궁면 청소년 둥지 배움터에는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방학 중임에도 공부에 매진 중이었다.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 앉은 학생들은 저마다 이어폰을 끼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었다. 학생들은 일반 학원에 등원할 때처럼 배움터 입구에 놓인 출석 체크 기계에 각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스마트폰을 반납한 뒤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이 입력한 출석 체크 정보는 학부모에게 곧장 전달된다. 용궁면 배움터는 1층은 자습 공간, 2층은 칠판이 있는 학습 공간 및 휴게 공간으로 꾸려졌다.

언뜻 평범한 독서실처럼 보이는 배움터엔 사실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배움터가 지역을 살리는 ‘심폐소생기’ 역할을 한 것. 용궁면도 학생 인구 감소에 직면한 상태였다. 중학교가 용궁중 1개뿐이지만, 지난해 이마저도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당시 용궁초를 졸업한 학생 9명 중 6명이 인근 문경시로 진학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용궁중은 예천중과 통폐합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움터가 생긴 이후 지역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배움터의 학습 성과가 눈으로 보이자 9명 전원이 지역에 남길 택했다. 김승태 용궁중 교장은 “내년 상황도 좋지만은 않지만 배움터를 통해 다른 면의 학생들이 유입되길 기대하고 있고, 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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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청소년수련관에 위치한 예천읍 청소년 둥지 배움터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학생 수와 성과도 곱절이다. 올해 예천여고에 진학한 안정민(16)양은 “배움터가 있었기 때문에 최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양은 최근 모의평가와 내신 시험에서 전교 1등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안 양의 총 학습시간은 101.5시간에 달한다. 하루 평균 4.7시간이다.

예천읍 청소년 둥지 배움터의 박성윤 코디네이터는 “배움터에서 공부하는 학생 22명 중 14명이 성적 상승을 경험했고 20명은 목표 점수를 달성했다”면서 “최근 학원을 그만둔 학생들도 3~4명 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생들이 배움터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군 차원의 노력도 이뤄졌다. 100원만 부담하면 집까지 바래다주는 ‘희망택시’ 지원이 그 예다. 처음엔 배움터가 끝나는 야심한 시각에 학생들을 이동시킬 수단이 변변찮았다. 대중교통이 없는 시골길이라 김 교장이 직접 학생들의 귀갓길을 지원했다. 그러나 고령층만 해당됐던 희망택시 지원 대상에 학생까지 포함하도록 조례가 개정되면서, 학생들의 안전 귀가가 보장됐다. 센터 학생들에게 매일 저녁 6시 석식을 제공하기 위한 조례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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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센터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울산 동구 문현고에 설치된 자기주도학습센터에 다니는 학생들은 출석률 100%, 지각·조퇴율 0%를 기록했다. 전북 고창 자기주도학습센터의 경우 자녀를 센터에 보내는 현직 초등교사 학부모가 자발적 홍보에 나설 만큼 호응이 좋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48곳을 신설해 현재 운영 중이고, 올해 50여곳을 추가로 설치해 100여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가현 기자
세줄 요약
  • 사교육 없이 EBS로 학습하는 둥지 배움터 운영
  • 1대1 코칭과 정서 상담으로 성적 향상 지원
  • 지역 학생 유출 막고 학교 유지에 기여
2026-09-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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