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 ‘세기의 논쟁’… 엔비디아 “가속” MS “통제”

민나리 기자
수정 2026-09-16 00:30
입력 2026-09-16 00:30
개발 늦추자는 AI 선두주자… 속내는 ‘사다리 걷어차기’인가
앤트로픽·오픈AI “안전 검증 필요”젠슨 황 ‘AI 파국론’ 전망에 선 그어
올인팟캐스트 유튜브 캡처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이 소위 ‘세기의 논쟁’으로 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및 AI 선두 기업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AI의 위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같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AI 고도화 가속, 앤트로픽·오픈AI는 개발 속도 조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간의 통제 강화 등 사업 영역과 이익에 따라 분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에서 AI 고도화가 인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과학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인터뷰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해 AI 파국론을 “사기”라고 일축하자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의 복잡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AI 속도조절론에 가장 뚜렷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MS가 이날 내놓은 답은 ‘통제’다. MS는 ‘AI 행동강령’을 공개하고 “AI는 의식을 갖고 있지 않고 의식을 모방하도록 설계돼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AI가 인간의 수정이나 종료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야 하며, 인간에게 통제권이 없다면 AI의 범용성, 자율성, 성능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원칙도 담았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CEO는 이를 향후 자체 AI 모델을 규율할 ‘헌법’이라고 설명했다.
속도조절론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지난 12일 불을 붙였다. AI가 다음 AI 개발을 돕는 ‘재귀적 자기 개선’과 통제망 이탈 사례가 잇따르자 안전 연구와 검증이 기술 발전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자는 취지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x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공감했다.
하지만 해당 논의가 AI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자 해법은 갈렸다. 황 CEO의 속도조절 선 긋기는 AI 전체의 연산량 증가가 곧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엔비디아의 이익이 확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MS는 AI를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보다 기업과 이용자가 계속 안심하고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애저 클라우드와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 등 기업용 서비스에서 AI 활용이 늘수록 사업도 커진다. AI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도입 위축이나 기술 발전 둔화는 부담이다. 개발 속도 감속보다 ‘통제 가능한 AI’를 앞세운 배경으로 읽힌다.
반면 속도조절론을 처음 꺼낸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들은 안전 책임뿐 아니라 막대한 개발비 부담도 안고 있다. 새 모델 출시 주기가 짧아질수록 거액을 들여 학습한 모델에서 투자비를 회수할 시간도 줄어든다. 오픈AI가 2030년까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컴퓨팅 비용만 7500억 달러(약 1020조원)에 이른다.
속도조절론을 AI 고도화에 대한 순수한 논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안전 규칙 강화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선두 업체에 유리한 반면 후발주자와 오픈소스 진영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동이 기존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굳히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는 이런 논쟁이 AI 인프라 투자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간밤 미국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5.9% 급락했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은 각각 3.4%, 5.3% 내렸다. 모델 개발이 실제로 느려지면 데이터센터와 GPU,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까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민나리 기자
세줄 요약
- AI 속도조절론, 빅테크·AI 선두주자 입장 분화
- 엔비디아 가속, MS 통제, 앤트로픽·오픈AI 검증
- 안전 논의 뒤 사업 이해관계·비용 부담 얽힘
2026-09-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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