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뿌렸더니 1년 뒤에도 김이 안 서리는 ‘만능 코팅’ 기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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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15 13:00
입력 2026-09-15 13:00
세줄 요약
  • 키토산·폴리페놀 결합한 다기능 바이오소재 개발
  • 상처 지혈과 초친수성 코팅 기능을 하나에 구현
  • 상온 30분 합성, 1년 유지로 상용화 기대
상처에는 빠르게 달라붙어 효과적으로 지혈을 하고 유리나 플라스틱에 코팅하면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빠르게 퍼지게 하는 바이오소재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접착과 물방울 퍼짐이라는 달라 보이는 두 기능을 천연 원료 하나에 담은 것이라 더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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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고분자 물질과 바이오매스를 결합해 다기능 바이오접착 및 코팅 소재가 개발됐다.  카이스트 제공
천연 고분자 물질과 바이오매스를 결합해 다기능 바이오접착 및 코팅 소재가 개발됐다.

카이스트 제공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팀은 갑각류 껍데기에서 얻는 천연 고분자 키토산과 바이오매스에서 얻는 폴리페놀 ‘1,2,4-벤젠트리올’(BTO)을 결합해 다기능 바이오접착 소재 ‘CHI-B’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에 실렸다.

폴리페놀은 식물에 포함된 물질로 여러 종류의 표면과 상호작용해 잘 달라붙는 성질을 지닌다. 바닷물 속에서도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는 홍합의 접착 단백질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의료용 접착제와 표면 코팅 소재 연구에서 오래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물질인 CHI-B은 하나의 소재가 두 가지 일을 한다는 점이다. 출혈 부위에서는 빠르게 달라붙어 상처를 물리적으로 막고 유리나 플라스틱에 코팅하면 ‘초친수성’ 표면을 만든다. 초친수성은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넓게 퍼져 표면을 적시는 성질이다. 자동차 유리에 적용하면 빗물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욕실 거울에는 김이 서리지 않게 한다.

연구팀은 CHI-B에 100만분의 10 수준인 10ppm의 요소를 함께 쓰는 것만으로 초친수성 표면을 구현하고 코팅 가능한 대상도 넓혔다. 테플론으로 알려진 불소계 고분자 PTFE, 음료병에 쓰이는 PET, 포장재용 PS, 광촉매 소재인 이산화티타늄 등 성질이 제각각인 표면에 고르게 코팅됐다. 반복적으로 세척한 뒤에도 코팅은 유지됐고 1년이 지난 표면에서도 물이 잘 퍼지는 특성이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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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유리 왼쪽은 이번에 개발한 CHI-B로 코팅처리했고 오른쪽은 처리하지 않았다. 물을 만났을 때 차이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카이스트 제공
자동차 유리 왼쪽은 이번에 개발한 CHI-B로 코팅처리했고 오른쪽은 처리하지 않았다. 물을 만났을 때 차이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카이스트 제공


지금까지 키토산과 폴리페놀을 붙이기 위해서는 화학 결합제가 필요했다. 시약값이 비싼 데다 반응 뒤 남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정제와 긴 투석 과정이 복잡해 생산량을 늘리기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BTO가 공기 중 산소를 만나면 저절로 산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산화된 BTO는 ‘파라-퀴논’이라는 반응성 높은 구조로 바뀌는데 이것이 키토산에 붙어 있는 아민기와 곧바로 결합한다. 공기가 화학 결합제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별도 시약이나 가열 없이 상온에서 30분 안에 합성을 끝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수십ℓ 규모까지 생산을 확대해 대량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동결건조로 만든 CHI-B 스펀지는 물에 닿은 지 15초 만에 완전히 녹았고, 산성뿐 아니라 인체와 비슷한 중성 환경에서도 높은 용해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찰됐다. 또 세포 독성 평가에서 CHI-B는 생체 조직과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 간 출혈 부위에 CHI-B 스펀지를 얹은 생쥐가 다른 지혈 소재를 사용한 생쥐보다 출혈량이 크게 줄었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바이오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표면 특성을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제조 과정이 단순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까지 확인한 만큼 지혈 소재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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