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키우면 ‘치매 위험’ 낮춘다는 데 왜?
이병문 기자
수정 2026-09-15 12:34
입력 2026-09-15 12:34
일본 연구진 “개 키우는 고령자 치매 돌봄 위험 48% 감소”
4년 동안 의료 및 간호 등 공적 지출 약 6조 원 절감 효과
초고령인 늘어 치매관리비 급증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 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에게 치매 관리가 국가적·사회적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반려견 사육이 고령자의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추고, 의료 및 간호 등 공적 지출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도쿄대 공동 연구진은 2016년부터 약 7년 반 동안 고령자 1만 1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반려견을 키우는 고령자는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사람에 비해 치매로 인해 돌봄(간병)을 받을 위험이 무려 48%나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반려견과의 매일 같은 산책을 통한 신체 활동 증대와 동네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사회적 교류가 치매 예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과거에 개를 키웠던 사람 역시 사회적 유대감 잔존 등으로 인해 위험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 재정 절감 효과다. 연구진은 희망하는 모든 고령자가 개를 키울 수 있어 사육률이 13.4%까지 올라갈 경우, 개를 전혀 키우지 않을 때와 비교해 4년간 의료·간호 공적 지출이 약 5,920억 엔(한화 약 5조 3,000억 원)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펫푸드, 펫보험, 펫시터 등 관련 산업의 수요 확대로 4년간 약 4조 6,000억 엔(한화 약 41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4년 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치매 환자 수와 치매 관리 비용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독거노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치매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000만 원을 넘어섰으며 국가 치매 관리 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역시 고령자의 반려견 사육을 개인의 취미나 정서적 위안을 넘어 ‘사회적 예방 의학’ 및 ‘치매 복지’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령자의 반려견 사육은 단순한 신체적 활동 유도를 넘어 외로움 완화, 우울증 예방,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려견 관련 케어 산업의 성장은 웰에이징(Well-aging) 시장과 결합해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의 현실적인 벽도 존재한다. 고령자의 상당수가 입원이나 시설 입소, 신체 기능 저하 시 반려견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사육을 주저하거나 포기한다.
일본 연구진 타니구치 유 주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고령자가 안심하고 개를 키울 수 있도록 일시 위탁소나 보호 장소 확보 등 주인과 반려견 모두를 지원하는 제도적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 역시 단순한 반려견 등록제나 에티켓 홍보를 넘어, 고령층 반려인을 위한 펫돌봄 지원 서비스, 고령자 맞춤형 동물매개치료(AAT) 프로그램 확대, 고령자 전용 반려견 위탁 네트워크 구축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반려견 한 마리가 가져오는 정서적 교감과 신체 활동이 한국 사회의 눈앞에 다가온 ‘치매 대란’과 ‘복지 재정 위기’를 완화할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반려견 사육, 고령자 치매 위험 48% 감소 연구 발표
- 산책·교류 증가가 예방 효과의 핵심 요인으로 분석
- 사육률 상승 시 공공의료 지출 절감 효과도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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